한 참석자는 “간담회에 가기 전에 몇몇 장관과 윤 장관에게 전달할 의견을 조율했다”며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국가보안법 존폐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 만큼 할 말을 다 했다”고 말했다.
간담회 직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990년대 평시작전권 환수가 추진될 때도 원로 장성들은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하고 전쟁이 날 것처럼 우려해 애를 먹었다”며 “군 원로들은 한국군이 소화기로 전투하던 옛 전투 경험에 의존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은(15대) 정래혁(18대) 서종철(20대) 노재현(21대) 윤성민(23대) 이기백(24대) 오자복(26대) 이상훈(27대) 최세창(29대) 이양호(32대) 김동진(33대) 이준(37대) 전 장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럼즈펠드 장관은 자신의 임기 중에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우리는 역사 공부를 잘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단독 행사하기엔 정보 전력이 부족하다. 또 전시작전권을 단독 행사하더라도 미국이 변함없이 정보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 시기에서 전시작전권 단독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특히 북한 미사일 사태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라는 큰 변수가 생긴 만큼 전시작전권 단독 행사를 위한 로드맵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면 가장 먼저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것이다. 현역 시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다. 현재의 한미연합사는 효율성과 신속성, 통합성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범적인 사령부이다. 왜 이것을 없애려고 하나.
일본은 2008년 개헌을 통해 요코스카에 한미연합사를 본뜬 ‘미일 연합사령부’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왜 우리는 거꾸로 가나.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막대한 규모의 미 증원 전력은 첨단 지휘시스템을 갖춘 한미연합사에서 지휘할 수 있다. 부족한 조기경보능력과 대북감시체제를 가진 우리의 독자적인 지휘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 3년 전 국방부도 전시작전권 환수가 힘들다는 보고서를 냈고 당시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이 대통령 앞에서 책상을 치며 환수 추진론자들과 싸운 것이다.
▽그 밖의 발언들=다른 전직 장관들도 안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본보에 발언 내용을 전하면서 익명을 요구했다. 한 전 장관은 “한국이 2012년까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하자 미국이 그 전에라도 전시작전권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윤 장관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다른 전직 장관은 “적래적거(適來適去)라는 말이 있다. 윤 장관도 이 말을 기억했다가 앞으로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대해) 직위를 걸고 잘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4개 계획 중 모든 것이 관철되고 국보법 존폐 문제만 남았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국보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가 흥망에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장관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전시작전권은 한국이나 미국 대통령 어느 일방이 아니라 반반씩 행사하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한미연합사의 지휘 체계는 참으로 바람직한 것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 문제는 우리 안보의 중대한 전환점인 만큼 윤 장관이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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