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북한이 기습 남침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7월 17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을 위임했다. 작전지휘권은 1954년 11월 7일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이라는 용어로 권한이 축소 변경되어 유엔군 사령관이 행사해 왔다.
작전지휘권은 군사작전뿐 아니라 군수, 인사, 행정지원 등 부대 운영 전반에 걸쳐 행사하지만 작전통제권은 대북 군사작전을 위한 부대 운영에만 관여할 수 있어 차이가 크다. 작전통제권은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CFC)로 이전됐다. 한미연합사는 양국의 통수권자와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대표로 하는 한미 군사위원회의 전략 지침에 따라 작전통제를 한다. 미군 대장인 사령관과 한국군 대장인 부사령관의 상의 하에 작전 조치가 이뤄지므로 미군이 한국군 작전 지휘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말 자체도 잘못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단독 행사라는 표현이 맞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우리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언급했고, 3월 3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올해 안에 한미 간 협의를 거쳐 전시작전권 환수 계획에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윤광웅 장관은 6월 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10월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환수의 로드맵을 미측과 합의하고 2012년까지는 작전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할 때의 문제점은 많다.
첫째, 30여 년간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의 밑거름이 된 한미연합사는 작전계획 작성, 준비, 제반 훈련 등의 임무가 없어지면서 자동 해체된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며 유엔군사령부도 해체되거나 형태를 바꿔야 할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 약화 및 한반도 안보 지형의 심각한 변화가 예상된다.
둘째, 한국군은 전략정보의 100%를 주한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으며 북한 신호정보(SIGMINT)의 90%, 영상정보(IMINT)의 98%를 미군에서 지원받는다. 미군의 KH-12 정찰위성, 미사일 점화연소 확인 DSP 적외선 영상 정찰위성, RC-135S와 U-2 정찰기 같은 장비가 아니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을 감시할 수 없다. 이들 장비의 구입 및 운용요원 훈련은 6년 이내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일본의 제5공군을 포함해 항공기 1000여 대, 미 제7함대의 항모 전단, 육군 제1군단 등 69만여 명이 시차별로 증원된다. 한국군보다 더 많은 병력과 최신형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춘 미 증원군을 한국군이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증원전력 계획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넷째, 한국군이 보유한 탄약, 유류, 수리 부속품은 수개월 정도 지탱할 수 있을 뿐이다. 신형 해군 함정의 장비와 탄약, 전투기의 미사일은 지속적인 미군 지원 없이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북한과 중국은 1961년 7월 11일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맺어 북한이 침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력을 제공하도록 했다. 2000년 10월 30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북 우호 선린 및 협력에 관한 조약이 체결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세계 최강 미국도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다국적군을 편성해 전쟁에 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6개국이 연합해 만들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자국 장성이 미군 지휘관 아래서 부지휘관을 하지만 자국 군대가 자주권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나 홀로 국방, 자주 독자 국방이란 없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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