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4년 전 관방부(副)장관 자격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따라 평양에 갔다. 그때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사과하지 않으면 평양선언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우겼다. 납북된 일본인 5명이 일시 귀국했을 때도 “(약속을 깨고) 북에 돌려보내지 말자”고 주장했다. 당시의 직속상관이던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약속이니 지키자”고 했다. 결국 아베의 주장대로 됐다. 후쿠다는 아베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겨루다 스스로 도중하차했다.
▷아베의 대북 강경 자세가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해야 한다” “평양에 냉이풀도 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최근에는 북한 만경봉호 입항 금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추진 등을 지휘하면서 ‘적국(敵國) 기지 선제공격론’까지 거론했다. 김일성 김정일 ‘세습 정권’이 일본인을 납치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 대지 않았다면 지금 일본에서 ‘아베 신드롬’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록이 심상치 않다. “원자폭탄은 소형일 경우에는 헌법상 괜찮다.” “종군위안부 (문제)도, 야스쿠니(신사) 문제도 모두 아사히신문(이 불러일으킨) 문제다.” “대륙간탄도탄은 헌법상 문제가 없다.” “헌법을 고쳐 (일본의) 교전권(交戰權)을 인정해야 한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戰犯)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마땅한 도리’라고 주장하며 실행해 왔다. 우리는 올가을부터 이런 아베가 이끄는 일본과 만나게 된다. 북쪽의 세습 정권과 동쪽의 세습 리더. 이들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고민이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