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협상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양측 모두 기존 방침을 고수해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농업과 섬유 부문의 관세 폐지, 무역구제, 자동차 등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맞선 부문에서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4차 협상은 다음 달 23∼27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 농업 섬유 등 핵심 쟁점 성과 없어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미리 교환한 △관세 양허안(개방안) △서비스·투자 유보안(개방 제외 리스트) △서비스 부문에 대한 관심목록(개방요구안) 등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벌였다.
상품(공산품)과 섬유분과에선 한국이 미국에 큰 폭의 개방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다.
미국은 8월 교환한 두 부문의 개방안에 대해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협상 도중에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방 시기 등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일부 품목의 위치를 바꾸는 정도에 그쳤다.
농업 부문은 한국이 수세에 몰렸다. 양국은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은 많지만 한국의 생산량이 적은 사료용 밀 옥수수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 측은 성에 차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4차 협상 전에 옥수수, 사료용 콩 등을 중심으로 농업 부문의 수정 개방안을 미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쌀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 다른 분야도 여전히 평행선
자동차 작업반 회의에서 미국 측은 배기량이 큰 차에 대해 세금을 더 물리는 한국의 자동차 세제(稅制)를 다시 문제 삼았다. 또 8%에 이르는 한국의 관세율과 갖가지 비(非)관세 장벽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3차 협상 동안 가진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모두 자동차 부문을 언급하며 “미국 자동차 업계가 한국시장에 더 많은 차를 수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 2차 협상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했던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개성공단 생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 역시 미국 측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고수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 협상 속도 낼 듯
양측 수석대표는 결산 기자회견에서 “3차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어 매우 아쉬웠다”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원산지, 지적재산권, 의약품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야는 4차 협상 이전에 따로 대면회의나 화상회의를 여는 등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편 반한미 FTA 원정시위대 일부가 협상 마지막 날인 9일 협상 장소인 시애틀 컨벤션&트레이드센터 부속 건물에 진입하려다 현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다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이들을 풀어줬다.
한미 FTA 3차 협상 주요 분야별 결과 | |
분야 | 협상 경과 및 결과 |
상품무역 | -미: 수정 양허안(개방안) 제출 |
농업 | -한: 4차 협상 전까지 수정안 제출키로 |
섬유 | -미: 수정 양허안 제출 |
원산지 | -미: 개성공단 논의 불가 입장 되풀이 |
경쟁 | -독점기업도 설립 취지에 맞으면 상업적 고려 안 하기로 합의 |
무역구제 | -반덤핑과 세이프가드 등 대립 |
서비스 | -미: 법률 회계 등 개방 계획 명확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지분 확대 요구 -한: 해운서비스,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 추가 개방 요구 |
금융 | -한: 국책 금융회사는 FTA 제외 요구 -펀드를 직접 설립하거나 모집, 광고 안 하기로 합의 |
자동차 | -미: 배기량별 세제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문제 제기 |
시애틀=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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