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핵개발은 赤化통일의 원동력 구축이다”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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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초기에 국방정책을 총괄했던 김희상(예비역 육군중장) 전 대통령국방보좌관은 “북한의 핵개발은 적화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의 핵실험 발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종의 선전포고”라면서 “군사적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북한에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대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인도적 노력이 실효성(實效性)이 없었고, 오히려 핵개발 시간만 연장해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전제 하의 지적이다. 북의 핵 보유는 1990년대 이후 남북한의 비핵화공동선언,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남북정상의 6·15공동선언, 6자회담 등의 노력이 모두 실패했음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군사적 제재’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북의 핵개발은 남북의 군사력 균형을 심각하게 붕괴시켰다. 이제 북의 군사력 위협은 재래식 무기, 양적(量的) 개념, 지상군 중심에서 핵 및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전쟁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남이 열세였던 판에 북의 핵 보유는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對北) 억지력을 하루아침에 상실케 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2020년까지 총 621조 원을 쓴다는 국방개혁안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대량살상무기 대책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정권이 파행적 행동을 하더라도 제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핵이 정권유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두통거리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금의 안보현실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을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가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는데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 보장만이 유일한 살길이 된 것이다.

북은 이제 핵무기로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할 수 있게 됐다. 그로 인해 북의 위세는 점점 높아져 우리 사회에는 패배의식이 팽배해지고 친북세력이 더 확산돼 간접침략 전술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김 전 보좌관의 경고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북의 적화통일계획(통일전선전략)은 두 단계로 나눠진다. 첫 단계가 남한사회 자체의 민중봉기(인민민주주의 혁명), 둘째 단계가 무력을 동원한 적화통일(남조선 해방)이다. 핵은 두 단계에서 모두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김 전 보좌관은 말한다.

불행하게도 첫 단계가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조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핵실험 발표 이후에도 변함없는 정부 여당의 대북 포용정책과 ‘미국 책임론’,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친북활동, KBS 등 국민의 방송망을 동원한 북 두둔 등을 지켜보노라면 우리가 지금 김정일 체제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KBS와 MBC는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김명철 조미(朝美)평화센터 소장을 그제 전화로 연결해 북을 대변하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그는 “만일 우리(북한)를 제재와 봉쇄로 대하면 우리는 전쟁으로 본다” “도쿄도 뉴욕도 불바다 …, 헛소리인가 아닌가 진짜로 해보자는 것” “한반도 운명이 일주일 이내에 다 결정될 것”이라는 등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내용이 어떻게 조선중앙방송도 아닌, 우리 공영방송망을 탈 수 있는가. 이것도 ‘객관 보도’ ‘공정 보도’인가. ‘북한의 적화통일 책동에 동조하는 선전선동’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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