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북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휴전선 부근에 지진관측소를 세울 것을 10년 전부터 정부에 건의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연구원은 미 국방부에 의뢰해 관측소를 짓고 연간 2억 원 정도의 운영비도 미 국방부로부터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이 그제 두번째로 수정해 발표한 핵실험 장소는 미국이 핵실험 전부터 의심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부근이다.
정부는 핵실험을 감지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감지하겠다는 의지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7월에 다목적위성 아리랑2호를 발사해 놓고도 북이 핵실험을 한 지 이틀 뒤에야 해당 지역을 처음 촬영한 것은 정부의 안이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비상사태 때 즉각 활용하지 않을 위성이라면 뭣 때문에 혈세 2600억 원을 들여 개발했나.
미국과 일본이 핵실험 시기를 ‘이르면 8일’로 예상했을 때 우리 정부는 ‘4∼6주 후’라고 추측했다. 미일이 한국과 공유하지 않는 극비(極秘)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같은 정보라도 우리 정부는 믿고 싶은 대로 말했던 것인가. 북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는 정부라서 양쪽 다 가능성이 있음직하다.
대북 정보시스템은 ‘자주’와 거리가 먼 상태에서 전시작전권만은 ‘자주적으로’ 하겠다니 무능과 오기(傲氣)의 결합이 낳을 결과가 두렵다.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논의해선 안 된다. 이적(利敵)행위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한미동맹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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