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核盲 정보능력으로 작전권 환수 외치는 喜悲劇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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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빈약한 대북(對北)정보 수집 능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부는 북이 핵실험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핵실험 이후엔 진앙(震央)과 방사능 유출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반면 미국은 이를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해 왔음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핵맹(核盲)’ 수준의 정보력을 보완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전시작전통제권부터 거머쥐려고 안달이다.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북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휴전선 부근에 지진관측소를 세울 것을 10년 전부터 정부에 건의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연구원은 미 국방부에 의뢰해 관측소를 짓고 연간 2억 원 정도의 운영비도 미 국방부로부터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이 그제 두번째로 수정해 발표한 핵실험 장소는 미국이 핵실험 전부터 의심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부근이다.

정부는 핵실험을 감지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감지하겠다는 의지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7월에 다목적위성 아리랑2호를 발사해 놓고도 북이 핵실험을 한 지 이틀 뒤에야 해당 지역을 처음 촬영한 것은 정부의 안이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비상사태 때 즉각 활용하지 않을 위성이라면 뭣 때문에 혈세 2600억 원을 들여 개발했나.

미국과 일본이 핵실험 시기를 ‘이르면 8일’로 예상했을 때 우리 정부는 ‘4∼6주 후’라고 추측했다. 미일이 한국과 공유하지 않는 극비(極秘)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같은 정보라도 우리 정부는 믿고 싶은 대로 말했던 것인가. 북이 무슨 짓을 해도 감싸는 정부라서 양쪽 다 가능성이 있음직하다.

대북 정보시스템은 ‘자주’와 거리가 먼 상태에서 전시작전권만은 ‘자주적으로’ 하겠다니 무능과 오기(傲氣)의 결합이 낳을 결과가 두렵다.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논의해선 안 된다. 이적(利敵)행위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한미동맹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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