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제재의 방향과 폭도 결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을 놓고서도 부처 간은 물론 관련 국가들과 해석에 혼선을 빚는가 하면 심지어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기까지 한다. ‘사실’과 ‘희망사항’을 구분하지 못하는 탓이다.
대북 제재에 대해선 6자회담 참가국 중 한국이 가장 소극적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의 돈줄’ 역할을 하는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고(再考)와 북 선박 해상검색을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여전히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논리에 빠져 ‘대화를 통한 해결’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傳言)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외교통상부와 달리 북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특별히 놀랄 만한 게 없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같은 제안을 받은 게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미국의 핵우산 보장 재확인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양) 시기 결정 등을 담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에 대한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해석도 문제다. 한미 간 이견을 그대로 드러낸 ‘최악의 회담’ ‘누더기식 미봉’이란 비난이 나오는데도 국방부는 “결과가 대단히 만족스럽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결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민족끼리’의 코드에 눈이 멀어 객관적 사실조차 제대로 안 보이는지,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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