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유신]러, 지금은 가스 넘치지만…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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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가스대국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측정기관마다 차이는 있으나 영국 BP사의 수치에 의하면 러시아는 세계 가스자원의 약 27%를 보유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가스를 많이 보유한 이란과 카타르의 가스자원을 합친 수치와 맞먹는다. 가스 생산량도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러시아 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국제 가스시장에서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가스프롬은 세계 가스자원의 약 25%를 보유하며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약 94%를 생산한다.

가스프롬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러시아가 가스대국에서 가스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알게 된다. 우선 왜곡된 가스 가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정부는 ‘사회적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국내시장에 공급했다. 가스프롬은 2005년 1000m³당 50달러 미만의 가격에 가스를 공급했다. 가스프롬이 유럽의 많은 국가에 1000m³당 2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왜곡된 가격 구조로 가스프롬이 입는 손실은 막대하다. 2005년 가스프롬은 국내가스시장에서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새로운 가스전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데 가스프롬의 재정 상태는 이를 저해한다. 가장 많은 가스를 보유한 러시아가 가까운 미래에 가스 공급 부족사태를 경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서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는 가스 수급을 맞추기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의 가스 수입량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미하일 프랏코프 총리가 한명숙 국무총리와 한-러시아 가스산업 협정에 서명했다. 2012년부터 러시아가 한국의 가스 소비량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 t의 가스를 한국에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가 가스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산을 넘어 한-러시아 가스협정을 반드시 이행하기를 바란다.

이유신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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