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86간첩단’ 일심회, 빙산의 일각 아닌가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재미교포 고정간첩에게 포섭된 민주노동당 전현직 간부들과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사건을 국가정보원이 적발했다. 실로 오랜만에 나온 간첩사건 수사 소식이다. 이들이 북의 지령에 따라 ‘일심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20여 명과 접촉했다니, 사건이 예상 외의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고정간첩 장민호 씨를 제외한 관련자들 대부분은 1980년대 친북좌파 학생운동을 한 386 운동권 출신이다. 이정훈 씨는 K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고, 최기영 씨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전대협 사무국장 출신이다. 386 운동권 출신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정치권, 정부, 시민운동권 등에 포진하고 있다. 장 씨가 북에서 수만 달러의 공작금까지 받았다고 하니 곳곳에 마수(魔手)를 뻗쳤을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관련자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우리 사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햇볕-포용정책 속에서 이념적으로 북한에 사실상 무장해제를 당한 상태가 됐다. 평양방송의 앵무새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북한 핵실험을 두둔해도 공안기관들은 그 배후를 따져 볼 생각조차 안 한다.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라고 하는 판에 누가 간첩을 적극적으로 잡으려 하겠는가. 국보법이 없어졌더라면 이번처럼 북과 연계된 간첩 혐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녀도 수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통일부가 6월 광주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 때 공안기관에서 대남공작원으로 분류한 인사를 초청했으나 국정원이 막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통일부가 대북관계 등을 고려해 그를 입국시키려 했으나 김승규 국정원장이 “간첩을 입국시켜서는 나라 기강이 흔들린다. 법대로 처리하겠다”며 반대해 좌절시켰다고 한다.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이 행여 이 일이나 이번 간첩사건 수사와 관련한 갈등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국정원과 검찰은 간첩사건을 확실하게 수사해 일절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심회’의 정체와 친북좌파 단체들의 노골적인 활동상을 보면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안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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