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동근]세계 패션계는 ‘마른 몸매’ 추방하는데…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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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와 패션 업계가 말라깽이 패션모델을 퇴출시키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정부와 패션 업계 단체들이 23일 ‘깡마른 모델은 패션쇼에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행동 규약에 서명한 것이다. 규약에 따르면 모델들은 거식증 같은 섭식 장애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건강증명서를 제출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

9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다. 체질량 지수 한계치에 미달하는 모델은 패션쇼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최근 ‘마른 몸매 신드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생길 만큼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선 올여름 패션쇼 직후 한 모델이 쓰러져 죽었다. 지나친 다이어트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지난달에는 브라질에서도 한 모델이 숨졌다.

세계의 패션 업계가 자정 노력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모델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패션 잡지에 나오는 톱모델을 보면서 ‘마른 몸매’를 꿈꾸는 것은 착각이다. 스타들은 삐쩍 마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영양 부족이 되지 않도록 영양사를 고용하고 체형관리사, 미용관리사도 별도로 둔다.

대부분의 여성은 그런 현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각종 다이어트 기법을 동원해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 애쓴다. 한국에서도 최근 ‘44 사이즈’ 열풍이 불었다. 키 160cm에 허리 26인치 정도가 입는 55 사이즈의 몸매도 날씬한 축에 못 든다고 한다.

여성들의 몸매는 옷의 유행에 맞춰 변화해 왔다. 유행에 따라 미(美)의 기준이 ‘작은 가슴, 날씬한 다리’에서 ‘큰 가슴, 날씬한 허리, 큰 엉덩이’로, 다시 ‘밋밋하고 삐쩍 마른 몸매’로 변해 왔다.

그런 점에서 패션 업계가 먼저 자정 움직임을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샤넬은 20세기 초 활동적인 투피스와 바지들을 선보여 몸을 꽉 조이는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일류 디자이너들의 손끝에서 ‘넉넉한’ 사이즈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런 옷이 유행한다면 언젠가는 ‘마른 몸매 신드롬’이 건강미 넘치는 ‘통통한 몸매 신드롬’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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