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기에 고무신 차림의 털보 의원. ‘진짜’ 농민 출신인 민주노동당 강기갑(55) 의원이 경남 사천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강 당선인은 “공천=당선이라는 잘못된 병폐를 일소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선거 초반 사천에서 3선을 노리는 이방호 한나라당 후보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 파동의 주역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박사모’가 현지에서 공개 낙선운동을 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소 강 당선인의 농촌활동에 대한 진정성과 치열한 의정활동도 표심을 파고들었다. 민주노동당도 강 당선인을 총력 지원했다.
농업고를 졸업하고 과수원 경영과 축산업을 한 그는 평생 농민운동을 해 오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수녀인 누나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가 된 그는 1976년 가톨릭농민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농민 운동을 했다.
6년 동안 수도자의 길을 걷다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가톨릭 농민회장, 전국농촌총각결혼대책위원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등을 지냈다.
2004년 국회의원이 된 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 윤리특위위원, 농어업 회생을 위한 의원연구모임 등을 꾸리며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에서 전문성이 돋보이는 활동을 했다.
고무신을 신고 두루마기를 입은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미국 원정시위 등을 주도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바람에 몸은 내주지만,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이라는 글이 떠 있다.
2001년 10월 경남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 오찬장에서 “농사꾼으로서 대통령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며 벌떡 일어섰다가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고, 이 사실이 보도된 뒤 청와대가 공식 사과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능력도, 잘한 일도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는 국민들의 박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당선인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9시경부터 접속량이 폭증해 다운되기도 했다.
사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북 포항 이상득
‘형님 공천’ 논란 훌훌… 당내 입지 굳혀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로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사진) 국회부의장의 당내 입지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형님 공천’ 논란 등으로 ‘친(親)이명박계’ 소장파들로부터 공천 반납 요구까지 받았지만 정면 돌파하는 위력을 과시한 데 이어 이날 한나라당이 비록 ‘턱걸이’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 등 이 부의장의 직계로 분류되면서 공천 실무를 책임졌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당 안팎의 ‘범박근혜’ 세력이 약진한 것과 관련해 이 부의장 역시 공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우선 이 부의장이 계파 갈등과 당 밖의 ‘범박연합’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희태 의원 등 원로 중진들이 빠지면서 이 부의장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더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서울 종로 박진
‘텃밭의 힘’… 약체 후보 평가 뒤집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한나라당 박진(사진) 후보는 통합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후보를 꺾으며 한나라당의 서울 압승의 중심에 섰다.
손 후보가 수도권의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종로를 선택할 때만 해도 제1야당의 대표에 맞서기에는 박 후보가 약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한나라당에서도 종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뒤 공천을 최대한 미루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종로에서 텃밭을 지켜온 박 후보만 한 인물을 찾지 못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차례도 1위를 뺏기지 않았다. 막판에 손 후보의 선전으로 그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의원의 선전에 따라 손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 손 대표의 전국 유세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친박연대 산파… 화려한 재기 성공
친박연대의 홍사덕(사진) 후보가 총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돼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뒤 불출마를 선언한 강 대표를 대신한 이종현 후보에게 두 배 이상 격차로 압승했다.
홍 당선자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경기 일산에서 한명숙 의원에게 낙선했다. 그는 2005년 경기 광주 재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에게 패하며 한때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패배 이후 다시 초야로 돌아갔지만, 공천 파동 이후 친(親)박 성향의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을 규합하며 서청원 대표와 함께 친박연대의 산파 역할을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주당 당권 경쟁 발판 마련
서울 광진을의 통합민주당 추미애(50·사진) 당선자가 3선 의원으로 국회에 재입성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풍을 버티지 못하고 낙선한 뒤 미국으로 떠났던 추 당선자는 18대 총선을 통해 새로운 출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추 당선자는 이날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게 됨에 따라 조만간 시작될 민주당 당권 경쟁에서 유력한 후보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 당선자는 9일 “어깨는 무겁고 상황은 어렵지만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판사 출신인 추 당선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5년 정계에 입문해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故 김진재씨 아들…금배지 代이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이며, 아버지는 정치적 스승입니다.”
부산 금정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김세연(36·사진) 후보는 5선을 지낸 고(故) 김진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의 아들이자 한승수 국무총리의 사위다.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단 김 후보는 지역구 최연소 당선의 영광까지 안았다.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반도 대운하 특위위원장을 지낸 박승환 의원과 맞대결을 벌이면서 부산에서 무소속 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그는 “겸손하게 지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라는 금정구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최고경영자(CEO)답게 큰 정치를 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환경미화원 출신 첫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59·사진) 당선자는 환경미화원 출신 첫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자격으로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전략 공천됐다.
그는 당선안정권에 공천을 받은 직후 “850만 비정규직의 피눈물을 닦아내는 투쟁을 국회 안팎으로 벌이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경북 상주 출신인 홍 당선자는 고향에서 다닌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로, 13세 때부터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다. 40대 초반이던 1993년부터 경기 의정부시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 1999년 의정부 시설관리 노조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6년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민주연합노조의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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