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親)박근혜 계열의 좌장 김무성(사진) 후보가 부산 남을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그는 박 전 대표 계열을 대표해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포진한 당 지도부와 공천 지분 협상을 할 정도로 박 전 대표 진영을 대표해 왔지만, 공천심사위원회의 막판 논의과정에서 탈락한 뒤 탈당을 선언하며 눈물을 훔쳤다.
김 당선자는 선거 초기부터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를 앞서왔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주도권을 쥐자 선거운동 기간에는 영남지역의 다른 친박 후보들을 지원 유세하며 ‘친박 바람’을 주도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영남권 무소속 돌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 당선자는 당선소감에서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에 대해 민심이 무섭게 심판한 것”이라며 “아무 조건 없이 한나라당에 복당해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화합을 이끌어내고 현 정부가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김 의원을 비롯한 친박 당선자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정가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주당으로 돌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아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5년 뒤 반드시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겠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전남 목포에서 출마한 박지원(65·사진)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복역한 뒤 지난해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사면복권된 박 전 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공천심사위원회의 ‘금고 이상 형 확정자 배제’ 원칙에 따라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 전 실장은 선거기간에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지원유세와 동교동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상대 후보들을 앞서 나갔지만 선거 막판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무소속 이상열 후보가 정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면서 긴장하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박 전 실장의 당선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동교동계가 의미 있는 정치 세력화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전남 고흥-보성에서 당선된 통합민주당 박상천(69·사진) 공동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신중식 후보에게 패해 원외로 밀려났다가 이번에 5선 의원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통화에서 “선거운동을 뒤늦게 시작했는데도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준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지역의 대형 국책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현재의 민주당이 (옛 민주당의) 중도개혁노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3대 국회부터 내리 4선을 연임한 박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하다가 지난해 4월 한화갑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원 자격을 상실하면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원외위원장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민주당 대표에 올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경남 창원을에서 당선된 민주노동당 권영길(66·사진) 후보는 진보진영 최초의 지역구 재선의원이 됐다.
권 당선인은 선거 초반 “대선 3패에, 고령인 만큼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으나 높은 인지도와 특유의 조직력을 가동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는 재선 도의원인 데다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지역 인지도가 높았지만 권 당선인에 비해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노당도 창원을 선거구를 ‘최후의 보루’로 보고 당 차원의 총력 유세를 펼쳤다. 무엇보다 창원공단 노동자 표의 결집이 권 당선인에게 큰 힘이 됐다.
권 당선인은 “부족한 사람을 믿고 다시 한 번 지원해 준 유권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진보진영을 재정비해 한나라당 독주를 막고 서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불모지에 핀 꽃.’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통합민주당 최철국(55·사진) 후보가 한나라당 송은복(64) 후보를 눌렀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노무현 후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후보의 당선은 영남에서 저조한 민주당 지지율을 감안한다면 파란이다. 맞상대였던 한나라당 송 후보가 민선 김해시장을 내리 세 번 한 중량급이어서 더욱 그렇다.
당초 선거전은 한나라당 송 후보의 우위로 출발했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최 당선인은 “당을 떠나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재선의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최 당선인은 민주당의 영남권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당내 입지도 굳히게 됐다. 그는 “제1야당으로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제도 개선과 서민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군수 출신으로 한명숙 前총리 눌러
‘군수가 국무총리를 꺾었다.’
경기 고양 일산동에서 한나라당 백성운(사진)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백 군수’로 불렸다. 1990년 고양군수를 지내면서 일산의 명물인 호수공원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이긴 것이다.
백 당선인은 선거 초반 한 후보의 높은 인지도에 밀려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현 정권의 실세이며 과거 고양군수를 지낸 것이 지역민의 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정책 공약의 승리이므로 선거기간 중 제시한 공약은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나의 당선은 이명박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백 당선인은 1990년 고양시 홍수 때 군수로서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처음 만나 수해복구 공사를 논의하면서 친분을 맺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선진당 비례대표 조순형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선 조순형(사진) 의원이 7선에 등극했다. 18대 국회에서 7선은 조 의원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통합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올해 2월 선진당에 입당한 조 의원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지원 유세 등을 펼쳤다.
조 의원은 당초 서울이나 천안 등의 지역구에 출마해 달라는 당 지도부의 강력한 권유를 받았으나 비례대표를 고집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조 의원이 낙선이 우려돼 의도적으로 지역구를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조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사퇴를 하고 탈당했는가 하면 대선 전 한나라당 입당설이 나도는 등 ‘미스터 쓴소리’의 이미지를 많이 구겼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친박연대 비례대표 양정례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1번으로 정치 신인인 양정례(31·여·사진) 후보가 깜짝 당선됐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최연소 당선자이기도 하다.
양 당선자는 그동안 ‘친박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인물이어서 공천 때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도 “양 씨와 박사모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의 공천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 김순애 씨가 이사장인 건풍사회복지회의 실장 직함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정치권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신고한 재산은 7억1600만 원이었으며 납세실적은 2억1812만 원이다.
양 씨의 어머니인 김 씨는 한때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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