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꼴 교수들과 현안토론
민생경제 익히며 대권 내공쌓기
일각서는 총리 기용설 다시 거론
李대통령과 관계 설정 시험대에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국회는 ‘경제 살리기’라는 시대적 소명과 함께 각종 개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동아일보는 향후 4년간 국회와 정치권을 이끌어가거나 눈여겨봐야 할 주요 의원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1월 중국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단과의 저녁 식사에서 특유의 ‘선진국론’을 폈다.
그는 “상식과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보지 않는 사회,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선진국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였지만, 차기 대권을 향한 그의 집념이 강하게 느껴졌다.
18대 총선에서 지역구만으로 최초의 4선 여성의원이 된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법질서 확립’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며 국민 속으로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직후인 1월 초부터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정책자문에 응했던 교수들과 함께 ‘대권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2주에 한 번꼴로 교수들과 특정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해 오고 있다.
이 모임은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측근 중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적지 않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공부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선 교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은 “국민은 정치 투쟁보다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박 전 대표가 서민경제를 살리는 해법을 터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의원도 “2012년의 시대정신에 부응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콘텐츠를 더 채우고 내공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18대 대선까지 남은 4년여 동안 그의 대권 행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는 비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친 원칙주의자’, ‘폐쇄적인 여성 정치인’, ‘유신의 딸’이라는 비판이 아직도 그를 괴롭힌다. 측근들도 “박 전 대표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정치 게임에만 골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고 하소연한다.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성 정치인’이라는 약점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우려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 스킨십도 늘려야 하고 좀 더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 전 대표의 ‘유연한 리더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일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필요한 존재다. 국정 파트너가 될 수도 있지만, ‘영원한 정적’으로 남을 수도 있다. 2008년 6월 현재 한국 정치의 최대주주인 두 사람의 관계 정상화 책임은 이 대통령만의 몫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목소리다.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두 사람 간 신뢰에 금이 갔지만, ‘쇠고기 파동’ 이후 다시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내각 쇄신론과 함께 ‘박근혜 국무총리설’도 나온다. 측근인 서병수 여의도연구소장도 “진정한 지도자라면 나라가 어려울 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온몸을 던져야 한다. 당 대표가 돼 국정 운영을 돕거나 총리직을 맡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것인지, 여당 의원으로서 정부와 당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인지 계속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