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아프리카 사자가 전하는 뉴스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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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보츠와나 북부의 습지대 오카방고 델타의 참모습을 아는가. 이 오지의 텐트에, 매일 아침 날씨와 스포츠 등 최신 뉴스가 실린 조간신문이 배달된다는 걸 알고 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평범한 의미의 신문은 아니다. 여기 신문은 말 그대로 ‘땅 위에’ 발행된다. 이 신문은 하마 발자국과 칼라하리 사막 모래가 만든 길로 면이 구분된다. 현지 안내자들이 자연탐사를 ‘조간신문을 읽는다’고 표현하는 건 실제로 일상적인 일이다.

보츠와나 생태관광을 도우려 야생 상태를 찍는 다큐멘터리 감독 맵 아이브스 씨(54)를 만나보자. 그와 함께 대자연이란 신문이 전하는 상형문자를 읽을 수 있다. 먼저 오늘의 새로운 ‘소식’은 뭘까. 길을 살펴보니 사자 몇 마리가 습지를 지나갔다. 발자국의 깊이와 간격으로 사자들이 성큼성큼 지나간 뉴스를 전한다. 발자국 주변에 가볍게 날린 먼지는 은은한 동풍을 짐작하게 한다. 인근에 물기로 번진 하이에나의 톱니모양 발자국에선 아침 사이에 있었을 습지 범람도 알 수 있다. ‘스포츠’ 기사도 있다. 하이에나는 영양쯤 되는 동물 사체를 끌고 갔다. 그들은 덤불 속에서 50야드(약 46m)쯤 달리기를 했음이 분명하다.

아이브스 씨와 함께하면 반복되는 뉴스도 있다. 그는 끊임없이 자연의 상호관계를 일러준다. 식물은 대기를 정화하고, 파피루스와 갈대는 물을 맑게 한다. 흰개미들이 만든 개미집 둔덕에선 야자수가 자란다. 흰개미에게 감사할지어다. 델타에 있는 섬들의 모든 식물은 그들이 키운 셈이다. 개미집 둔덕은 식물의 씨앗을 옮기고 거름이 될 분비물을 배출하는 동물들을 끌어모은다.

“원초적 감각이 살아나도록 자연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 깨닫는 게 있습니다. 인간이 공유한 이 세상에서 사막과 초원, 덤불과 나무, 바람의 움직임과 공기밀도, 생명체 소리와 동물 움직임이 어떤 관계와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어요. 과거엔 인류도 이 테두리 안에 있었죠.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진보하면서 인간은 도시에 살며 ‘걸러진’ 자연만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자연의 상호관계에 대한 깨달음은 생태계 파괴만큼 빠르게 지워졌죠.”

이러한 이어짐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변화, 에너지, 생태계 파괴, 빈곤 완화와 식량공급 등은 따로 나눠서 볼 문제가 아니다. 통합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재 환경주의자들은 생태계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식량공급주의자는 생태계 보호를 거부한다. 이런 이들은 모두 함께 야생에 나가봐야 한다.

국제환경보호단체 ‘CI’의 글렌 프리켓 부대표도 이에 공감한다. “이런 이슈들은 분리될 성질이 아닙니다. 대지의 모든 것이 이어지듯 이것들 역시 연관돼 있어요. 기후변화는 에너지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돼요. 토지 이용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30% 이상이 삼림 파괴와 농지 경작에서 비롯되거든요.”

불어난 인류를 위해 식량생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당면과제는 어떨까. “그것도 마찬가지죠. 숲이나 습지를 파괴하면 안 됩니다. 현재 사용하는 농토만 갖고 물을 적게 쓰며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신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건강한 숲과 습지, 초원은 생태계 보전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충격도 완화합니다. 모든 건 전체 관점에서 다뤄야 해요.”

다시 한번, 오카방고 델타의 일간지를 들춰보자. 그 속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통합’임을 일러준다. 자연이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혀 그러질 못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사외(社外)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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