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는 ‘∼하지 말라’는 뜻의 금지사다. 見小利는 작은 이익만 보고 원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不達은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해본은 ‘불달’로 읽었다. 不成은 完遂(완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奇大升(기대승)은 선조가 즉위 초에 여러 폐단을 한꺼번에 고치고 싶어 하자, “성상의 학문이 높아지고 경력이 오래되며 신하들도 착수하려고 마음먹게 된 뒤에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면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시골 서민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집을 고치려고 하면, 반드시 뛰어난 목수를 얻고 좋은 재목을 구비하며 또 때를 기다린 뒤에야 고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목수도 없고 좋은 재목도 없거늘 오래된 집을 대뜸 철거한다면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에서뿐이겠는가, 누구나 처음 뜻은 크지만 有終(유종)의 美(미)를 거두는 이는 적다. 欲速과 유사한 말은 등급을 껑충 뛰어넘는다는 뜻의 (렵,엽)等(엽등)이고, 상대되는 말은 숫돌로 갈 듯 차츰차츰 닦아나간다는 뜻의 漸磨(점마)다. 매사에 엽등하지 말고 점마하려고 해야 목표에 다가가고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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