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는 변호사입니다. 연봉이 낮아도 상관없고 파트타임으로 일해도 괜찮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하지만 내 이력서가 고용 결정권자 손에 들어갈 확률은 0.01%이고, 그 책임자는 곧 휴지통에 던져버린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직장을 잃은 한 아이비리그 출신의 뉴욕 변호사가 자신의 구직 일기에 쓴 내용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변호사가 올해 3월 실직 후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백수 변호사 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잡리스로이어닷컴(joblesslawyer.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 변호사는 올 초까지만 해도 미국 내 상위 10대 로펌 중 하나에서 근무하던 20대 엘리트였다. 하지만 취직 1년 만에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다른 변호사 100여 명과 함께 백수 신세가 됐다. 새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6개월 넘게 제대로 된 로펌의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취업 준비 과정과 이를 통해 얻은 경험, 느낌 등을 블로그에 자세히 적었다. 그는 효과적인 이력서를 쓰기 위해 취업상담 전문회사에 수수료를 내고 이력서 작성 상담을 받았다. 면접날 아침이면 광택 낸 구두를 신고, 정장 차림에 가죽 서류가방을 든 자신의 모습을 거울 앞에서 점검하면서 스스로 “샤프해 보인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1년 전 뉴욕의 최고급 아파트를 계약하고 직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변호사 시험을 봤는데…. 인생이 이렇게 순식간에 변하다니!”라며 한탄도 했다.
결국 대형 로펌 지원을 포기하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그는 “모든 백수 변호사가 ‘이제는 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애걸해야 한다’고 읊조릴 때가 오겠지만 다른 선택은 없다”고 적었다.
백수 신세로 고전하는 변호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속에 대형 로펌이 줄줄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변호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속출했다. 세계 최대 로펌인 ‘클리퍼드 앤드 찬스’와 2위인 ‘링크레이터스’ 등이 이미 파트너 변호사를 크게 줄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