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가정법 야구’] IF, 3회 제대로 피치아웃 했더라면…

SK,작전간파 불구 스퀴즈허용 아쉬워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무사 1루 SK김정남 타격 때 2루에서 포스아웃 당한 주자 박정권이 병살 아웃을 잡아낸 KIA선발 로페즈가 환호하는 사이 무릎을 꿇고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5차전이었다. KIA는 테이블 세터가 어느 정도 해주느냐, SK는 구원들의 힘이 어느 정도 남아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KIA는 김원섭-이용규 카드가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SK는 김성근 감독이 기대했던 정우람과 윤길현이 안타를 얻어맞으며 주도권을 넘겨줬다. SK 불펜은 플레이오프부터 누적된 피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아쉬운 대목은 큰 잔치에서 판정 문제를 제기한 김성근 감독이 퇴장을 당한 것인데, 야구팬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한국시리즈 5차전임을 감안하면 유감스런 장면이었다.

○SK가 제대로 피치 아웃을 했더라면

승부처로 볼 수 있었던 3회말 KIA의 스퀴즈번트 성공 장면. 이용규가 타격감이 좋지 않아, 의외의 수였다. SK는 이 작전을 간파, 투수 카도쿠라가 피치아웃을 했는데 피치아웃이라고 하면 타자의 배트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볼을 뿌리는 게 정석이다. 빼려면 제대로 뺐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현곤은 홈에서 횡사했을 것이다. SK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용규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데 이용규는 파울만 시켜도 잘했다고 할 수 있는 볼을 정확히 번트로 성공시켰다.

○흐름 빼앗은 안치홍의 호수비

이보다 앞선 SK의 3회초 공격. 무사 1루 상황서 조동화는 번트 동작을 취하다 강공으로 바꿔 배트를 휘둘렀다. 묘하게 타구는 2루쪽으로 흘렀는데 수비 시프트를 했던 KIA 안치홍의 호수비에 걸렸다. 안치홍은 볼을 어렵게 잡아 선행주자를 포스아웃시켰다. 만약 그 타구가 빠졌다면 무사 1·3루 찬스가 됐을 것이고, 초반 흐름은 KIA가 아닌 SK의 몫이었을 것이다.

○찬스 살리지 못한 SK

0-3으로 뒤진 SK의 7회초 공격. 1사 1루서 박재홍의 중전 안타 때 중견수 이용규의 매끄럽지 못한 송구와 2루수 안치홍의 포구 실패로 1사 2·3루가 됐다. SK로선 종반 흐름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찬스. SK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 퇴장 이후 더 집중하려했지만 후속 타자 최정이 높은 볼에 체크스윙 삼진을 당한 것은 뼈아팠다. 이후 나주환까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글러브로 한 몫한 김상현

KIA 간판 김상현은 기대했던 호쾌한 홈런을 때리지 못했지만 평소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에서 홈런 이상의 역할을 해 냈다. 톱타자 정근우는 4번 타석에서 한번의 삼진을 제외하고 모두 타구가 3루쪽으로 향했는데, 김상현은 6회 역모션으로 처리하는 등 매번 바운드 어려운 공을 완벽하게 아웃시켰다. 4회 박재홍의 파울플라이 때는 높게 뜬 볼의 낙구지점을 찾지 못해 고전했지만 슬라이딩하며 결국 잡아냈다. 김상현의 호수비 4개 중 하나만이라도 어긋났더라면 SK의 공격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