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시절 무명…끊임없는 학구열 지도자 두각 우승감독 영광에도 공부하는 조범현은 ‘∼ing’
현역 시절, 조범현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포수였던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프로 원년 멤버로 OB(9년)와 삼성(2년)을 거쳐 1992년까지, 두 구단에서 11년간 뛰었지만 총 출장경기수는 615게임 밖에 안 된다. 교체 출장을 포함해 1년에 고작 50경기를 조금 더 뛰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마흔세살이던 2003년, SK 사령탑에 취임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름을 날린 스타 출신도 아닌 그가 젊은 나이에, 동기들보다 일찍 감독이 될 수 있었던 건 부단히도 노력하고 공부한 덕분이다.
조 감독은 언젠가 “선수 말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게임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았다. 조금씩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자신만의 이론과 노하우를 만들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야구 관련 외국 서적을 읽었다. 1993년 시작한 코치 생활 때 이처럼 공부하는 습관은 더욱 깊어졌다. 코치로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는 요즘도 후배 코치들에게 제일 먼저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을 강조한다. 술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보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연구할 것을 기대한다. 그가 강조하는 게 또 있다.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의 어느 날. ‘어떤 감독이 좋은 감독이냐,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존경받는 감독”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인격적으로도 선수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능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A 모 코치의 말이다. “감독님은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코치’라고 강조하신다. 그렇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라고 가르치신다.”
코치들에게만 강조하는 게 아니다. 조 감독은 지금도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 책상 앞에서 항상 공부하고 연구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란 최고의 영예를 얻었지만, ‘공부하는 조범현’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