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경쟁력이 기업의 조직 경쟁력이 되면서 고급 여성 인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별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경영자가 더욱 많아지고 아들이든 딸이든 능력 있는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훌륭한 여성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은 여직원 휴게실, 수유실, 어린이집 운영뿐 아니라 유급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근무시간 유연제, 재택근무제 등 워킹맘에게 친화적인 인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기업을 볼 때면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직장은 소수인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직장에서는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여성인재 유지와 유치에 대한 특별한 인사제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이 관심 있는 야심 있고 똑똑한 고급 여성인재는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 할까? 필자가 지금까지 만나본 능력 있는 젊은 여성인재가 원하는 직장의 조건은 ‘성장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자신이 기여한 만큼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이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시키고 기회를 주지 않는 ‘간 큰 조직’이 아직도 존재하나 싶지만 여성인재들의 생각은 다르다.
“제도적 차별은 없죠. 오히려 우리 회사는 여성리더십개발교육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는 여성임원도 나왔어요. 하지만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답답해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추진하던 일이 물 건너 간 것을 저만 모르고 있는 거예요.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그런 기류가 있다는 것이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열심히 일한 저만 바보가 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정말 좌절감까지 몰려와요.”
“분명 같은 대졸자인데 저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에 배치됐어요. 어떤 일이든 주어진 업무에서 성과를 올리면 기회는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획력이 요구되는 업무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여성인재들이 처한 이런 문제는 인사부서에서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핵심인재그룹, 즉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조직 내 주류에 끼지 못함으로써 정보와 기회가 차단됐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 능력 있는 여성인재를 제대로 활용하고 조직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회식비용을 승인해 줄 때 불분명한 친목모임 비용은 승인하지 않는 것도 작은 출발일 것이다. 투명함을 통한 공정한 기회 부여는 여성을 포함한 ‘약자층’ 인재들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박혜영 휴잇 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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