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벨트 풀어 10년간 150만채 공급 계획 무주택 서민대상 저렴하게 분양… ‘로또’ 지적도
올해부터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면서 집이 없는 서민들의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먼저 보금자리주택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고 값싸게 집을 지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말합니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계속 부족했습니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96.0%에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95.4%까지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들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사들마저 분양 물량을 줄여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질 위험도 컸습니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8년까지 △공공분양 70만 채 △10년 공공임대 20만 채 △10∼20년 장기전세 10만 채 △30년 이상 국민임대 40만 채 △영구임대 10만 채 등 150만 채를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주로 임대주택 공급에 치중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무주택자들의 요구에 맞게 장기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 분양주택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장기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죠.
보금자리주택을 처음 공급하는 시범지구로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 서초구 우면지구,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 하남시 미사지구를 선정해 이 지역에 모두 5만5041채의 주택을 공급합니다. 최근 사전예약 방식으로 1만4295채의 청약을 마무리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 강남구 세곡2지구,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시흥시 은계지구, 구리시 갈매지구, 남양주시 진건지구 등 수도권 6개 지역에 추가로 보금자리주택 총 3만9000채 중 3만5000채를 공급합니다.
보금자리주택이 관심을 끈 것은 기존의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거주 환경도 좋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에 있는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는 점이 부각됐습니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땅값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는 그린벨트 지역은 함부로 개발할 수 없게 묶여 있기 때문에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그린벨트 지역의 땅을 싼값에 사들이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어 원가에 분양함으로써 반값 아파트 공급을 현실화했습니다. 사전예약에서 높은 청약 열기를 보였던 서울 강남권 시범지구의 경우 분양가는 3.3m²당 1150만 원 선으로 정해질 예정인데 시범지구와 가까운 강남구, 서초구 아파트 시세는 3.3m²당 2000만 원이 넘어 사실상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공급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싼 데다 입지도 좋아 분양이 끝나면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 ‘로또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첨자가 싼값에 분양을 받은 뒤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아버린다면 당첨자만 시세차익을 챙기고 주변 주택가격 안정과 저렴한 서민주택 공급이라는 본래 정책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시범지구 청약 결과 주변 주택 시세보다 20∼30% 저렴하게 공급된 경기 하남시나 고양시 보금자리지구보다 50% 저렴하게 분양된 서울 강남권으로 청약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집이 없는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장애인,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등으로 청약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했습니다. 또 분양을 받은 뒤에도 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고 최장 10년 동안은 팔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전매 제한이 풀린 뒤에 당첨자가 보금자리주택으로 얻은 이익을 어떻게 환수해야 할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죠.
또 3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린벨트 지역에 보상금을 노리고 비닐하우스나 가짜 무덤을 만드는 등 각종 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이 본래 정책 취지에 맞게 집 없는 서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점차 성숙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