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무역의존도 급등했다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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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 신문에서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사상 처음으로 90%를 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무역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무역의존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A 국가는 크기가 작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입니다. 이 국가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가공해서 내다 팝니다. 국내 인구가 적다 보니 주로 해외에 상품을 내다 팝니다.

반면 B 국가는 영토가 크고 인구도 많습니다. 국내에 천연자원과 노동력,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웬만한 물건들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수요도 많아서 대부분 상품을 국내 시장에 내다 팝니다.

그럼 두 국가 중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어디일까요.

답은 A 국가입니다. 무역의존도를 구하는 공식을 모르더라도 각 단어의 뜻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역의존도는 한 나라의 국민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구체적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금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100을 곱하면 됩니다.

한국처럼 영토가 크지 않고 자원이 없는 국가는 무역의존도가 대체로 높습니다. 국내 자원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힘들고 상품을 만들어도 국내에 소비할 곳이 마땅치 않아 수출과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무역의존도는 325.8%, 네덜란드는 115.0%나 됐습니다. 국내 경제 규모의 상당 부분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 40∼60%대를 오가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50∼60%대를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92.3%로 2007년(69.4%)보다 20%포인트 이상 크게 올랐습니다.

왜 1년 만에 무역의존도가 급등했을까요.

우선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산으로 구성된 분자가 커졌습니다. 지난해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자재 수입액수가 커졌습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007년 평균 배럴당 68.43달러에서 지난해 94.2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원자재를 수입했으니 가공해서 팔 때의 수출 가격도 올려야겠지요. 지난해에는 2007년에 비해 수출이 13.6%, 수입은 22.0% 늘었습니다.

반면 분모인 GDP는 작아졌습니다. GDP는 국제비교를 위해 달러로 구하는데 지난해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서 달러 환산 GDP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환율과 GDP의 관계를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2008년 국내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 합계(GDP)가 1만 원이라고 합시다. 1달러가 1000원이면 달러로 환산한 2008년 한국의 GDP는 10달러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올라 1달러가 2000원이 돼 버리면 한국의 GDP는 5달러로 줄어듭니다.

이런 환율 효과 때문에 지난해 GDP는 9287억 달러로 2007년(1조493억 달러)보다 11.5% 줄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로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14.5%포인트나 올랐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량 증가(4.7%포인트), 내수시장 변동(0.7%포인트) 등과 같은 요소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친 거죠.

그렇다면 무역의존도가 크게 오르면 좋은 것일까요, 나쁜 것일까요.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이 큽니다. 한 국가의 경제에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특히 중국, 일본, 미국 등에 대한 수출입 액수가 큰데요, 이 세 국가 중 한 국가가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 버린다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되겠지요.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올해 유가가 떨어지고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83% 내외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하면서 무역의존도를 수출의 중요성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역의존도는 수출뿐 아니라 수입까지 포함된 개념입니다. 수입은 해외에서 생산된 가치이기 때문에 GDP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수출의 중요성을 보기 위해서는 무역의존도가 아니라 GDP 중에서 수출산업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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