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포츠정신 sportsmanship의 반대는 unsportsmanship이다. 비신사적인 행동이다. 야구에서 자주 거론되는 ‘불문율(unwritten rule)’도 실질적인 의미는 스포츠맨십과 직결된다.
LA 스포츠의 최대 라이벌은 USC-UCLA 대학의 풋볼경기다. 올해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홈팀 USC가 28-7로 UCLA를 눌렀다. 그러나 막판 USC가 터치다운으로 경기를 종료하면서 UCLA 선수들과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제의 발단은 경기 종료 54초를 남겨 두고 공격권을 쥔 USC 쿼터백 맷 바클리가 무릎을 꿇으면서 시작됐다. 풋볼에서 쿼터백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표시다. 그러자 UCLA 릭 뉴하이즐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경기 종료 전에 공격권을 빼앗겠다는 뜻이다. 이 때 스코어는 21-7이었다. USC의 피트 캐롤 감독은 UCLA의 타임아웃에 발끈해 ‘그래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라며 마지막 패싱공격을 시도해 45야드 터치다운을 성공해버렸다.
UCLA 선수들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간 것은 이미 진 경기에서 상대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USC의 비신사적 행동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USC의 피트 캐롤 감독은 2주전 홈경기에서 스탠포드에게 21-55로 대패했을 때 상대 감독이 승부가 기울어진 4쿼터에서 터치다운 후 2포인트를 시도한 것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다. 풋볼에서는 큰 스코어가 벌어졌을 때 패싱이나 2포인트 시도는 금기시하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2.지난 주말 미국 스포츠 뉴스에서는 한 고등학교 선수의 터치다운 장면을 소개했다. 주인공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뉴튼-코너버 고등학교 3학년의 백업 라인배커 저스틴 와이즈너다. 보통 선수였다면 뉴스의 초점이 되지 않았다. 이 학생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우리로 치면 장애우다. 사실 터치다운이 문제가 아니라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장애 학생이 풋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럽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와이즈너는 코치에게 항상 “터치다운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가 중요해 와이즈너에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지난 달 기회가 왔다. 웨스트 콜드웰 고교와 맞붙었을 때 닉 배즐 코치는 와이즈너를 러닝백으로 세웠다. 작전은 ‘12 big’으로 오펜시브라인맨들이 상대수비수를 제쳐 가운데를 펑 뚫리게하는 것이었다. 와이즈너가 볼을 잡고 가운데로 뚫고 나가자 모두들 그의 뒤를 따랐다. 양팀 선수 모두 그에게 터치다운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운동장의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서 기립박수로 와이즈너의 터치다운을 축하했다. 앵커는 스포츠에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어떤 것인지를 양교 학생들이 보여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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