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경제뉴스]예대율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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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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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 은행 건전성과 관련
외형확대 경쟁에 예대율 치솟아… 규제땐 대출 줄여야

[?] 정부가 예대율 규제를 부활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예대율은 무엇이고 정부가 예대율을 규제하면 어떻게 되나요?

예대율은 은행이 고객들에게 내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다시 말해 은행이 갖고 있는 자금의 몇 %를 고객들에게 빌려줬는가를 나타냅니다. 은행은 늘 일정한 수준의 자금을 보유하고 고객이 맡겨둔 예금을 찾을 때 이를 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대율은 은행이 자금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의 예대율이 70%이고 B은행의 예대율이 100%라면 A은행은 조달한 자금의 30%는 대출을 내주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반면 B은행은 갖고 있는 자금을 모두 대출해줬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두 은행의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고 가정할 때 A은행은 B은행보다 더 건전한 은행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가 닥쳐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은행에 맡겨둔 돈을 찾으려 한다면 갖고 있는 자금을 모두 대출해준 B은행보다 30%의 자금을 남겨둔 A은행이 고객들의 돈을 돌려주기가 수월합니다.

일반적으로 예대율은 8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채권시장과 같은 자금조달 시장이 선진국보다 활성화돼 있지 않아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많이 의존하는 탓에 은행들의 예대율은 다소 높은 편입니다. 정부는 1998년 11월까지 은행 예대율을 관리해오다 은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예대율 규제를 폐지했습니다. 규제 폐지 뒤에도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은 예수금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했을 때 2003년 94.4%, 2004년 99.9%로 100% 미만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 간에 외형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대율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대출을 늘리면 자산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의 덩치가 커 보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늘려가며 덩치 불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예대율은 2005년 101.2%로 100% 선을 넘어선 뒤 2007년에는 123.7%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은 그만큼 나빠진 셈입니다. 더욱이 지난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은행 예대율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많은 외국 언론이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은행들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예대율도 함께 평가하기로 하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예대율을 떨어뜨리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올 9월엔 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이 112.4%로 조금 낮아졌지만 외국 신용평가사들이나 투자자들은 아직 국내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 내년 들어 경제가 살아나면 은행들이 다시 대출을 늘리며 덩치 키우기에 나설 개연성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16일 예대율 기준을 세우고 이를 넘는 은행들은 직접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화대출액이 2조 원이 넘는 대형 은행에 대해선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1998년 폐지된 정부의 예대율 규제가 11년 만에 되살아난 셈입니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현재 평균 예대율이 110%가 넘는 시중은행들은 10%포인트가량 예대율을 낮춰야 합니다. 예대율을 낮추는 데는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부작용이 있습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이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출을 줄이는 대신 예금을 늘리는 방법을 주로 쓰더라도 대출을 받길 원하는 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이 더 많은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면 대출금리 역시 함께 올라가는 탓입니다. 고객들에게 예금을 받아 이를 다시 대출해주는 은행으로선 예금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대출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4년 정도 예대율 규제 시행을 미뤄 은행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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