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 광고]치장 빼고… 과장 빼고… 맨얼굴로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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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타깃이 브랜드를 선망하게 만들기.’ 광고인의 업무를 쉽게 말하면 ‘작업하기’다. 브랜드의 이름으로 디자인이란 옷을 입고 카피라는 작업 멘트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것. 연일 격무에 지쳐 있지만 광고인들은 오늘도 작업 거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광고인 자신들의 작업은 어떨까. 스님이 제 머리를 못 깎아서인지, 하던 일에 갑자기 멍석이 깔려서인지, 광고회사엔 의외로 무뚝뚝한 숙맥이 많다. 나를 포함한 숙맥들의 가장 큰 바람은 아마도, ‘겉치장보다는 진심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e편한세상 광고제작을 위해 대림산업 임직원들을 인터뷰할 때의 느낌이 바로 ‘황당할 정도로 치장할 줄 모르는 회사’라는 것이었다. “저희가 잘하는 게 별로 없어서…”라는 말 속에 숨겨진 묵직한 내공이 느껴지는 실체들은 매우 놀라웠다. 마치 대대손손 농사에 매진해 알짜배기 통장을 잔뜩 가지고서도 정작 선 보러 나가서는 “제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서…” 하며 얼굴 붉히는 순진한 농촌 총각 같은 이 e편한세상 브랜드로 어떻게 소비자 마음을 끌 수 있을까. 과제는 쉽지 않았다.

“답은 역시, 진심 아닐까요?” 광고 캠페인 테마는 그렇게 나왔다. 사실 e편한세상에 대한 TBWA코리아의 가장 솔직한 감상이었다.

‘오직 실용적이고 품질 좋은 집다운 집을 짓겠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는 신경도 안 쓰던 1층과 로비 구조를 바꾸고 주차장도 넓히고, 친환경 건축 기술도 누구보다 먼저 연구하고 적용했다. 남들이야 알아주든 말든….’ 이 때문에 e편한세상의 브랜드 인지도는 실제 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었다. 우리가 느낀 이 당혹스러움을 소비자가 그대로 느끼게 해보자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할 이야기가 무척 많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같다’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두 표현이 ‘진심이 짓는다’는 광고 전략의 핵심일 것이다. 1차 광고 캠페인 세 편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한 달간 수집한 e편한세상의 진정 어린 ‘실체’들을 선별해 40개의 광고 소재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소재들을 모두 ‘진심’이라는 테마로 묶어 해석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광고 형식에서도 진정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TBWA의 의지였다. 진심을 전하기에 충분한 호흡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광고의 최대 4배 길이로 소재를 만들었다. 광고적 기교나 기존 건설광고에서 흔히 등장하던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촬영은 실제 e편한세상이 지은 건축물 안에서만 진행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더 멋진 이미지와 근사한 표현법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기 어려웠지만 이런 세세한 형식을 통해서도 e편한세상의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진심이 통한 걸까. 그 집에 살지도 않는 스타가 나오거나 해외에나 있을법한 풍경을 보여주는 기존 아파트 광고의 관행을 꼬집으며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말하는 ‘진심의 시세’ 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6편의 광고를 선보인 후 세 번째 진심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지금, e편한세상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경쟁사 아파트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 모델이 등장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며 e편한세상 광고의 영향력을 실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해보기도 한다. 바로 사람들 마음속엔 ‘숙맥’을 응원하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모두 자기 치장에 열을 올려 도리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되는 자기표현 과다의 시대. 그래서 오히려 진심을 무기로 우직하게 말을 건네는 이 광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광고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비추는 좋은 창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갖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e편한세상처럼 진심 어린 브랜드의 진실한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싶다.

김백수 TBWA코리아 어카운트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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