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드라마든 한 편이 히트치고 나면 속편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더 재미있고 강력해진 콘텐츠로 전작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사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극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경쟁하는 광고 시장에서 기업이미지 광고를 히트시키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한층 높아진 소비자의 기대감을 채우기란 더욱 쉽지 않다. 작년 기업이미지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크게 성공한 ‘olleh KT’의 후속 광고를 제작하면서 전작의 성공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작년 KTF와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을 선포한 ‘olleh KT’는 혁신을 통합 기업의 가치로 내세웠다. 사실 요즘 모든 기업이 혁신과 창조를 추구하는 마당에 혁신을 그저 혁신이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전혀 새로움이 없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작년 대한민국 대표 유행어(?)로 자리 잡은 ‘올레’였다. 혁신을 위해서는 고객들이 직접 혁신을 외치고 즐기며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올레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혁신에 대한 생각과 표현의 틀 자체를 바꾸자’라는 각오로 기업이미지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전달 도구로 택하고 다양한 상황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멀티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olleh KT’는 과거의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새로운 기업으로 소비자의 뇌리에 남을 수 있었다.
올해 ‘olleh KT’ 캠페인에 떨어진 숙제는 ‘혁신의 화두를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성숙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가’였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감탄사 수준을 넘어 파격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전달하는 ‘다 그래를 뒤집어라’였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을 습관적으로 ‘다 그래’라고 단정지어버린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혁신을 이뤄낸 모든 사건은 이런 ‘다 그래’란 생각에 의심을 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olleh KT’ 캠페인은 기존의 낡은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만 혁신이라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역발상의 기업 정신을 담고 있다.
캠페인 주제를 역발상으로 정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는 틀도 바꿨다. 새 캠페인은 실사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 펼치기로 했다. 미니멀리즘이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 바탕에 실사 주인공들이 펼치는 공간 속 에피소드는 우리가 평소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에 대해 한 번쯤 생경한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다. ‘왜 할머니들 머리는 다 똑같아요’ ‘왜 직장인들은 다 자장면만 시켜요’…. 이런 질문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런 것이라고 습관적으로 지나쳤던 것들에 ‘다 그래를 뒤집어라’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 아이돌그룹 2NE1의 산다라 박 머리를 한 할머니와 직장 상사 앞에서 당당하게 ‘난 팔보채’를 외치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틀을 깬 위트와 역발상에 공감과 감탄을 느낀다.
혁신은 어렵고 딱딱한 개념이지만 ‘올레’처럼 생각한다면 즐거운 일이 된다. 일상을 비틀어보고, 감탄하고, 외쳐보고, 즐겨보고, 뒤집어보면 그 자체가 모두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0년 대한민국의 수많은 낡은 생각이 ‘올레’와 함께 뒤집어지기를 꿈꾸며 또 한 번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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