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배우로 돌아온 ‘전·혜·빈’
연예생활 8년만에 첫 뮤지컬
춤되지 노래되지 연기되지
그래도…안 떨린다면 강심장이죠
기초 하나부터 다시 시작해요
뮤지컬 무대가 처음이라는 전혜빈(27).
알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만찮은 뮤지컬 팬이었다. 레아 살롱가의 ‘미스 사이공’ 오디션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아 통장을 탈탈 털어 뉴욕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갈까(물론 학교는 땡땡이!)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2002년 걸그룹 LUV 멤버로 데뷔해 올해로 연예생활 8년. 댄스가수 출신이니 춤과 노래는 당연히 기본 이상이고 여기에 드라마 등 연기로 영역을 넓혀 왔다. 한 마디로 말해 ‘준비된 뮤지컬 배우’란 얘기다. 전혜빈은 뮤지컬 데뷔 작품으로 ‘싱글즈’를 골랐다. 고(故) 장진영이 영화에서 맡았던 ‘나난’ 역이다.
“나난은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고 재밌는 인생이죠. 남들은 상처받고 우울증에 걸릴 일도 밝게 넘기는 캐릭터죠. 한 마디로 ‘괜찮아. 다 잘 될 거야’예요. 저요? 나난같은 면이 없지는 않죠. 흐흐”
벼르고 별러 시작했지만 쉬운 일은 없다. 자신의 캐스팅이 일종의 스타 마케팅인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다. 제시카(금발이 너무해), 시아준수(모차르트)같은 아이돌 스타 틈에 끼게 된 것에 대해서는 “민망할 따름”이라 했다. 내심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노래도 만만치 않았다.
“가수로 무대에서 2∼3분하는 노래한 경험으로는 뮤지컬의 긴 호흡을 따라갈 수 없거든요. 노래라기보다 연기에 가깝기도 하고. 하여튼 지금까지 제가 낸 소리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요.”
TV 연기하고도 또 다르다. TV는 상반신만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무대에서는 전신이 노출되기에 글자 그대로 온 몸으로 연기해야 한다. “결국 ‘하나’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어차피 앞으로 쭉 할 거니까 기초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개런티 많이 받았냐”고 물으니 “배우들이랑 먹는 밥값이 더 나간다”며 웃었다. 1월에는 카드 명세서를 받아들고 ‘헉’ 놀랐다. 카드 쓴 곳이 모두 ‘밥, 밥, 밥’이었다.
동료 배우들이 연습을 함께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싱글즈는 지난해부터 계속 공연해 오고 있어 사실 다른 배우들은 연습이 필요없다. 뒤늦게 합류한 전혜빈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도와주고 있는 것이니 고맙고, 그래서 밥이라도 사야한다는 생각이다.
전혜빈은 ‘빈’이란 예명으로 활동하던 시절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하며 돌고 또 돌았다. 그래서 얻었던 별명이 ‘이사돈(24시간 돈다)’. 그때 그 묘기에 가까웠던 춤을 지금도 출 수 있을까?
“그거 그냥 대충 돌면 되는 건데, 하하! 그렇지 않아도 싱글즈 중 나이트클럽 장면에서 한 번 해볼까 해요. 그런데 아직도 관객 분들이 좋아할까요?”
이왕 뮤지컬에 발을 디뎠으니 어릴 적 로망인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은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역도 탐이 난다. 얼마나 걸릴까.
“최대 7∼8년, 최소 5년? 이왕 시작했으니 거기까지는 가 봐야하지 않겠어요? 뭐 레아 살롱가처럼 부르려면 아무래도 ‘다시 태어나야’하겠지만. 흐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