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5 등 흔히 가요계에서 ‘쩜오’라 부르는 음반은 들어봤어도, ‘쩜칠’은 왠지 낯설다. 2.7집을 낸 가수 나윤권(사진). 2009년 2.5집을 이미 낸 탓도 있겠지만, 데뷔 6년째이자 27살이 된 올해를 어떻게 꾸려갈지 그는 이 음반으로 스스로 다잡는 듯 했다.
아이돌 천하가 된 요즘, 발라드를 주종목으로 하는 남자 가수의 무대는 참으로 보기 힘들어진 게 현실. 그래서 나윤권의 노래는 아이돌 그룹의 무한반복 멜로디에 조금 지쳐있는 성인 팬들에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타이틀곡의 제목은 ‘멍청이’. 상당수의 발라드가 사랑 타령이고 주로 여자의 입장에 선 넋두리였다면 나윤권의 이 노래는 남자들의 ‘실속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평생 가슴 속에 단 하나의 과거를 묻고 살듯이, 나윤권은 ‘멍청이’로 그런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느 새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지 6년째가 됐다. 악기도 시간이 흐르면 내는 소리가 달라지듯이 나윤권의 목소리 또한 확연히 달라지긴 했다. 그도 목에 굳이 핏대를 세우지 않고도 자신의 감정을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 나윤권은 “아직 멀었다”고 했지만, 그의 노래를 꾸준히 들어온 팬들의 평가는 그렇다.
해를 거듭할수록 “앨범 내는 게 점점 두려워진다”는 것도 나윤권의 발전을 드러내는 부분. 때문인지 2007년 2집을 발표한 이후, 정규가 아닌 소품 형태로 2.5집에 이어 2.7집까지 냈던 게 아닐까. 정규 3집은 발라드의 계절인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런 점에서 나윤권은 이번 2.7집이 “워밍업의 마무리 단계”라고 표현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6년차 사회인으로서도 그는 “철이 든 것” 같다. 소속사의 매출도 고민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덧붙여 나윤권은 “외아들로서 이제 부모를 모셔야할 가장의 위치에 섰다”고 담담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특별한 공연도 준비 중이다. 콘서트의 이름은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서울 서강대학교 내 메리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가수 김연우와 화요비, 더 원(The One) 등 세 가수의 공연을 한데 묶은 ‘연작 콘서트’란 독특한 형식으로 기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