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범경기도 종반에 접어들었다. 정규시즌에 대비해 야간경기도 많아졌다. 인기팀들의 대결은 야간경기 위주다. 주중 낮경기는 관중이 적은 탓에 흥행을 고려한 것이다. 24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리카운티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보스턴-미네소타전도 야간경기였고 매진을 이뤘다.
사실 시범경기 성적은 썩 중요하지 않다. 팀 성적도 개인 기록도 정규시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중요한 선수들이 있다. 논로스터 인바이티(초청선수)와 루키, 5선발 경쟁을 벌이는 투수들이다. 이들에게는 시범경기가 곧바로 개막전 25명 엔트리와 직결된다.
주전급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너무 못 해도, 너무 잘 해도 안되는 통과의례다. 특히 스타플레이어의 기록은 크게 참고되지 않는다.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 팀 린스컴의 방어율 9점대 부진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메이저리그의 시범경기는 돈벌이와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가 목적이다.
클리블랜드 추신수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 7게임에 출장해 타율 0.208, 1홈런, 2타점으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해 2008년 후반기의 맹타가 반짝 활약이 아닌가라는 걱정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우려에 불과했다.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비해 필라델피아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투구이닝(21.1)보다 삼진(25)을 더 많이 기록하며 5선발 자리를 예약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들어서는 선발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 뒤 정상을 되찾고 호투했다.
올해 추신수와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좋다. 추신수는 24일 밀워키전에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타격의 정확도(타율 0.355), 파워(2홈런), 선구안(5볼넷), 클러치 능력(6타점) 등을 골고루 과시하고 있다. 붙박이 우익수 3번타자로 자리매김한 추신수는 주전으로 출장하고 3타석 정도 나선뒤 교체된다. 체력안배를 위해 3연속경기출장도 없다.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박찬호도 예상보다 시범경기 등판이 늦었지만 인상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다만 추신수와 다른 점은 2007년부터 해마다 팀이 바뀌고 저니맨이 되면서 시범경기 성적도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양키스에 입단했지만 개막전 25명 엔트리를 보장했다는 얘기는 없다.
올 시즌 한국이 배출한 두 빅리거가 시범경기 호조를 정규시즌에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