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부터 최근까지 배우 양익준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그렇게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그는 반복되고 또 다시 반복되는 말, 말, 말 속에서 지쳐갔다. 그 스스로 “패닉과도 같은 상황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다.
실상 그것은 많은 매체와 가진 인터뷰 탓만은 아니었다. “2006년 5월부터 몇 년 동안 연기는 물론, 연출 제작 그리고 개봉과 이후 인터뷰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추스르며 새로운 무대 위에 섰다. 8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집 나온 남자들’(감독 이하·제작 스폰지이엔티, N7필름)이 그것이다. 음악평론가(지진희)가 엉뚱하게도 라디오를 통해 이혼을 선언하지만 아내는 하루 먼저 집을 나갔다.
음악평론가는 아내를 찾아 길을 떠나고 이때 동행하는 친구이자 아내의 옛 연인이 양익준이다. - 그렇게 지치고 아파했다면서 코미디 영화를 선택한 건 좀 색다르다.
“촬영 기간에는 작품에만 집중한다. 다른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 두어달 동안 정말 편했다. 여배우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웃음)
- 연기를 위해 준비한 건 없나.
“없다. 모든 캐릭터가 양익준이다. 난 일상적 유쾌함이 많은 사람이다. 연기자는 연기를 하면 안된다. 자기 표현을 해야 한다. 캐릭터는 텍스트일뿐이고 거기에 양익준이라는 사람이 들어가는 거다. 나 아닌 누굴 보여줄 수 있겠나. ‘똥파리’의 시작점도 나였다.”
- ‘집 나온 남자들’도 그랬겠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감독을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거짓말은 들킬 수 밖에 없다. 불안감은 서로 내놨을 때 사라지는 거다. 이 영화는 내가 엮여도 되는 공간이었다. 뭔가 새로운 걸로 지내고 싶기도 했고. 환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 환기를 위해서라면 (마음의)창문을 열면 되지 않나.
“창문을 여는 의지보다 상상력을 발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
- 배설이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영화로 던지는 거다. ‘품행제로’ 이후 연기를 계속 하다 7, 8년차쯤 연기는 배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의 어떤 답답함을 풀어 헤쳐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그래도 뭔가 부족했고 결국 연출까지 생각했다.”
- 그렇게 연출한 ‘똥파리’가 남긴 건 뭔가.
“지치게도 했지만 남겨준 것도 많다. 1년에 아버지와 통화를 하는 건 한 2∼3분이나 될까. 하지만 ‘똥파리’ 이후 아버지와 2∼3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술도 함께 마시고. 그래서 내가 잘했다고 본다.(웃음) 그런 시도가 늘어날수록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나. 우리가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양익준은 그렇게 건강한 자신을 꿈꾸고 있었지 싶다.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하소연하고 아파하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 아래서 그는 오늘도 연기와 인생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하소연하고 아파하고” 있다.
연기자를 꿈꾼 게 아니라 “배설의 통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양익준은 남들이 알아보는 걸 원치 않았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내 영역을 빼앗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얘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연기를 통해 드러내며 “배설”할 뿐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