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이번 앨범은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만들었어요”라는 식상한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년 만에 솔로 3집 앨범을 내놓은 자우림의 김윤아. 그녀는 담담하게 오로지 자신을 위해 노래했다고 했다. 그녀가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새 앨범에는 36년 동안 살아온 ‘인간 김윤아, 여자 김윤아의 인생’을 담았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315360’이다. 이 숫자는 36세X365일X24시간=31만5천360시간을 뜻한다.
“솔로 1집과 2집 음반에서 지향했던 것을 유지하면서 저의 진짜 인생을 노래했어요. 전곡에 제 경험담을 담은 노래로 꾸민 것은 이 앨범이 처음이에요. 저는 음악을 할 때 저 좋으라고 하는 거라. 음악을 통해 치료를 받아요. 물론 제 음악이 다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음악을 만들고 부르면서 저부터 위안을 많이 느껴요.”
그녀가 울면서 썼다는 타이틀곡 ‘고잉 홈(Going Home)’은 힘든 일을 겪은 동생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에 대한 느낌을 담았다. 출산을 통해 영감을 얻은 ‘에뜨왈르’, 남편을 만나기 전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얼음 공주’, 여자의 자궁을 뜰에 비유한 ‘이상한 이야기’ 등 새 음반에 담긴 노래에는 김윤아의 색깔이 듬뿍 배어 있다.
“저는 적나라한 말을 싫어해요. 비밀스럽고 은유와 은닉이 공존한 방식을 좋아해요. 직설화법이 아니고 옛날 여자들이 돌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죠.”
밴드 자우림의 노래는 힘이 넘치고 밝고 신난다. 하지만 솔로로 나선 김윤아의 노래는 어둡고 음울하다. 그녀는 밴드의 보컬과 솔로 가수, 두 가지 모습으로 무대에 설 때 분명히 차이를 뒀다.
“아무래도 자우림은 저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요. 자우림에서는 멤버 4명이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고, 솔로는 여자 김윤아의 무의식이나 원의식을 건드리는 소재나 멜로디가 많이 나오는 음악을 하자는 저만의 원칙을 세웠죠.”
그녀의 독특한 감성은 새 앨범의 패키지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아코디언처럼 접힌 표지를 들추면 숲 속을 거니는 김윤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숨겨진 숲 속이에요. 몽환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독특하죠? 그래서 가사집도 몰래 감춰뒀죠. ‘김윤아의 원더 월드’에 여행 오셔서 함께 즐겼으면 합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