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라니. ‘꽃미남’이라 해도 무방한 외모와 반항적인 이미지로 봐서 술 혹은 옷값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의 4년간 홀로 음반 작업을 하며 녹음실 대여나 연주가 고용 등을 자신의 인맥으로 빌려 쓴 ‘긍정적인 빚’. 힙합 뮤지션 더블K(본명 손창일)는 새 소속사와의 계약 조건이 “이를 정산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5년 전 힙합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큰 관심을 얻었던 그였다. 하지만 이렇게 전망이 밝던 당시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며 무대를 떠나야 했고, 오랜 공백기를 거쳐 이젠 서른을 바라보는 묵직한 뮤지션이 되어 돌아왔다.
더블K는 5년 전을 돌이켜 “철없었다”는 한마디로 자신을 책망하며 그는 “자책할 시간에 음악을 더 붙잡아야겠다”고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는 그렇게 ‘빚’을 지기 시작했다.
복귀 앨범의 제작을 위해 만들어 둔 노래만 무려 120곡. 17곡이나 음반에 가득 채운 후에 나머지는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미련은 창작의 가장 큰 적이 아니던가. 5년 전과 지금의 더블K를 견주었을 때 달라진 점에 대해 그는 “모난 부분이 많이 깎여 조금은 둥글어진 것”이라 표현했다.
“힙합 가수가 무슨 이별 노래를, 질질 짜는 것은 정말 질색이었는데…이번 앨범엔 그런 노래가 있네요.(웃음) 물론 그 노래는 헤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죠.”
힙합 가수로서 그의 재능은 팬들보다 동료 가수들이 더 높게 인정한다. 이를 증명하듯 더블K는 그동안 그룹 에픽하이와 바비킴, 타이거JK, 이효리까지 여러 톱스타들의 객원 랩 가수로 활약해왔다. ‘단골 객원 래퍼’라는 그의 또 다른 타이틀은 “저작권으로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는 해줬고, 무엇보다 무대 감각을 녹슬지 않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렵게 복귀해 빛을 본 그의 앨범 ‘잉크 뮤직’(Ink Music)은 지난달 발매돼 한달 새 1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에 더 집중해 들어달라는 바람에서 제목을 ‘잉크 뮤직’이라 지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더블K는 전곡 가사를 굳이 잉크로 고집하며 꾹꾹 눌러 써내려갔다. 5년간 숙성된 더블K의 음성은 예전과 비교해 확실히 깊이를 더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