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경기 광주 오포읍 로하스PC방 점주 신장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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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로하스PC방 점주 신장교 씨(오른쪽)가 손님에게 음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신 씨는 한 차례 PC방을 열었다가 실패한 뒤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PC방을 다시 개업해 자리를 잡았다. 사진 제공 로하스PC방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로하스PC방 점주 신장교 씨(오른쪽)가 손님에게 음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신 씨는 한 차례 PC방을 열었다가 실패한 뒤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PC방을 다시 개업해 자리를 잡았다. 사진 제공 로하스PC방
《경기 광주시 오포읍 소재 로하스PC방 점주 신장교 씨(30)는 3년 전 처음 뛰어든 PC방 사업에서 실패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먹자골목에 PC방을 냈는데 보증금도 건지지 못할 상황이 돼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내놓았다. PC방은 요식업에 비해서 실패율이 낮고, 자신이 평소 PC방을 자주 가는 편이라 고객 성향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 “난 PC방 잘 알아” 생각이 오산

처음 오픈한 신림동의 PC방 위치는 신 씨의 자취집 근처였다. 신림동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상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PC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아 단골 확보도 쉬울 것 같았다. 그는 자주 가던 PC방들이 항상 손님으로 북적대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PC 40대를 가지고 PC방을 개업했다. 132m²(약 40평) 규모 점포였고 1억5000만 원을 초기투자비로 썼다.

주먹구구식 상권 분석으로
첫 PC방 반년만에 ‘로그아웃’
실패노트 갖고 재도전… 성공 ‘로그인’



하지만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가 신규 매장을 열자 주변 PC방들이 요금을 시간당 1000원에서 700원으로 내렸다. PC방 내부도 문제가 생겼다. 비만 오면 벽에서 물이 스며 나오고 습기가 찼다. 창업 4개월째가 되자 하루 매출이 10만 원 정도에서 멈췄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도 쓰지 않았고,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서 일하고 게임하고 잠도 잤다. 피로가 쌓였다. 창업 6개월째, 맞은편 건물에 대형 프랜차이즈 PC방이 개업하면서 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그는 결국 가게를 내놓았다.

○ ‘실패노트’ 만들어 실패 요인 기록


신 씨는 이후 1년 동안 여러 사업 아이템을 고민해 봤다. 하지만 사전 경험이 전혀 없는 요식업이나 배달업에 뛰어들자니 자신이 없어 “실패를 거울삼아 재도전하자”는 생각에 다시 PC방을 열기로 했다.

두 번째 PC방을 열기 전에 먼저 ‘실패노트’부터 만들었다. 상권, 인테리어, PC 관리, 고객 서비스 등 실패 원인에 대해 창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적어갔다.

실패 요인은 여러 가지였다. 상권 분석부터 주먹구구식이었다. 자취집 근처라 인근 상권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이 이른바 ‘끝물’ 상권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투자비용 계산도 허술했다.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초기 투자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인테리어와 PC 관리에 쓸 돈을 아꼈고 이 때문에 내부 환기, 흡연석 분리 등에서 각종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신 씨는 이처럼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을 끝낸 뒤 경기 광주시 오포읍 매산리에 두 번째 PC방을 열었다. 전국 200여 개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로하스PC방과 함께였다.

○ 서비스 차별화로 승부


오포읍 매산리는 겉보기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조용한 동네다. 하지만 PC방 건물 뒤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집값이 싸서 자취하는 20, 30대 젊은층이 많다. 잠재 고객층이 두껍다는 의미다. 경쟁 PC방이 주변 200m 근방에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두 번째 PC방은 148.5m²(약 45평) 공간에 PC 60대를 놓고 시작했다. 투자비로 1억7000만 원이 들어갔다.

PC방을 연 이후 무엇보다 서비스 차별화에 신경 썼다. 그는 ‘한 시간에 1000원짜리 PC방이지만 서비스의 질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심한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여름에는 차가운 녹차를, 겨울에는 무릎담요를 제공했다. 매달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당첨된 고객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 줬다. 단골 고객은 이름도 외웠다. 대신 본인은 그렇게 좋아하던 PC 게임을 줄였다. 점주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그때그때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당 1000원 그 이상의 서비스
세심한 고객관리 위해 즐기던 게임도 줄여
月매출 1700만원… 실패에서 배웠죠”


첫 번째 고비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왔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 그는 가맹점 본사와 함께 재빨리 PC방 방역작업을 했다. 그리고 매장에 바이러스 안전 포스터를 붙였다. 잠시 매출이 떨어지는 듯했지만 방역작업을 하지 않은 인근 PC방에서 이탈한 손님들이 신 씨의 PC방을 찾아오면서 고객이 오히려 늘었다.

창업 3개월째 월 매출이 1200만 원까지 올랐고 6개월째에는 20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창업 1년이 된 현재 월 매출은 1700만 원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신 씨는 “한 번 실패하기 전에 사전 검증을 충분히 했더라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창업하기 전에 공부를 철저히 해두라는 말을 초보 창업자에게 꼭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PC방 전국에 2만개… 성능 업그레이드에 정성을

■ 전문가 조언


신장교 씨는 처음 PC방을 열면서 개인 PC방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를 그대로 답습했다. 우선 자신의 경험만을 믿고 점포를 성급히 결정하다 보니 입지 선택이 잘못됐다. PC방은 요식업처럼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 중요하지 않다. 배후 거주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거주자들의 세대나 성향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PC방을 이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오래 자주 방문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창업 시 점주의 마음가짐도 문제였다. 취미생활과 직업은 엄연히 다르다. ‘술 좋아하는 사람 술장사 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PC방도 주인이 PC게임을 하는 곳치고 잘되는 곳이 없다. PC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당연히 고객 서비스에 소홀하게 된다.

실패를 딛고 두 번째 연 PC방은 상당히 성공적이다. 초기 투자비용을 짧은 기간에 회수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진입장벽이 낮은 PC방 사업의 특성상 언제든 주변에 신규 PC방이 입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PC 성능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2년 이상 지난 PC방을 떠나 새로 지은 PC방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PC 성능 때문이다. PC방은 2년에 한 번씩 반드시 PC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초기 투자비의 손익분기점을 맞췄다면 앞으로 6개월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떼어 차후 업그레이드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비용은 800만∼1000만 원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현재 수익대로라면 4, 5개월 안에 충분히 업그레이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매일 적지 않은 현금이 들어오는 장사이기 때문에 금전출납 기록을 꼼꼼히 작성해야 하며, 장기적인 자금계획을 미리 짜놓는 것이 좋다.

PC방 시장은 1997년 화려하게 등장해 2000년 전국 2만1000개 업소가 성행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학교 주변 200m 이내 지역 개설 금지 등 정화구역법 설정으로 2004년 1만9000개로 줄었지만 2007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어 현재 전국 2만 개 업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년 동안은 신규 게임에 대한 이슈가 없었는데, ‘스타크래프트 2’, ‘디아블로 3’ 등이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 제2의 PC방 중흥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김규한 KMTCA아카데미 교수(창업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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