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시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점포를 운영하는 가족창업이 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창업으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가족의 노동력을 활용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 망포동에서 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를 운영하는 함영만 사장(58)도 아들 둘과 함께 가족 창업에 도전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어 82.5m²(25평) 점포에서 월평균 2500만∼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이익은 700만∼900만 원. 안정적인 점포 운영의 비결은 ‘가족의 힘’이다.》 ○ “내 가족이 가장 든든한 동업자”
운전 일을 했던 함 씨는 안전하고 수입도 나은 일거리를 찾다가 외식 창업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막상 창업 준비에 나서니 부담감이 컸다. “초보자였고 나이도 적지 않았던 터라 불안감이 컸어요. 혼자 하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두 아들에게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 가족만큼 든든한 동업자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평소 창업에 뜻이 있던 큰아들 경훈 씨(28)와 대학을 휴학 중이었던 작은 아들 혁 씨(24)는 아버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함 씨는 모든 과정을 가족과 의논하며 진행했다. 우선 두 아들이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후보 아이템을 꼽았다. 함 씨는 그 아이템들을 놓고 아들들과 함께 창업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수익성은 어떤지 등을 세세하게 의논했다.
바비큐치킨은 큰아들이 추천했다. 최근 바비큐치킨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 추천 이유였다. 무엇보다 경훈 씨가 훌랄라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브랜드를 잘 알고 있었다. 함 씨 부자는 가맹점들을 찾아다니며 맥주 한잔하면서 치킨 맛도 보고 매장 분위기도 살펴본 뒤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함 사장은 “가족창업의 기본은 가족 간의 화합”이라며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자기 뜻만 주장하고 싶다면 애초에 가족창업은 생각지도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창업 초기 의욕만 앞서 우왕좌왕하기도
삼부자가 힘을 합쳤지만 창업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누구 하나 직접 점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우다 보니 오히려 문제가 빚어졌다.
배달 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세 사람 모두 전화기 앞으로 달려갔고, 손님이 들어오면 똑같이 메뉴판을 들고 손님 테이블 앞에 섰다. 그러다 전화벨이 울리면 또다시 전화기 앞으로 뛰었다. 주방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건 제가 할게요’ ‘아니다. 괜찮으니까 내가 하마’ 식으로 서로 하겠다고 나섰다.
함 사장은 “한 번은 같은 집으로 두 아들이 동시에 배달을 하러 간 적도 있었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욕심은 있는데 운영이 미숙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전했다. 가족을 위한 배려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 셈이었다.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뒤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업무를 나누기로 했다. 평소 음식 만들기를 즐겼던 아버지가 주방을 맡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큰아들은 홀 서빙, 행동이 민첩하고 오토바이도 잘 타는 작은 아들은 배달을 담당하기로 했다. 함 사장은 “역할을 나눠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게 가족창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절감돼 높은 순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직원 관리로 골치 썩을 일도 없었다. 직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아무 말도 없이 결근을 해 차질을 빚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화기애애하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점포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손님들이 ‘훌랄라 삼부자’라고 부르며 단골이 된다”는 게 함 씨의 설명이다.
○ “가족 점포도 엄연한 직장,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
가족창업에서도 주의할 점은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매장도 직장이며 공적인 사업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공(公)과 사(私)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함 씨 부자는 매장 안에서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고 사업 파트너로서 대하기로 했다. 동생이나 아들이라고 해서 만만히 대하거나 어영부영 자기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무엇보다 수익금 등 돈 문제에 관한 공사 구분은 더욱 엄격하다. 일단 수익의 대부분은 가족 공동 소유로 가계통장에 적립하고 있다. 점포를 확장할 때 쓰기 위한 목적이다. 나머지는 가족 공동 생활비로 쓰고 있고, 그중 일부를 월급 개념으로 분배한다.
함 씨는 “매일 오후 5시쯤 문을 열어 오전 3시에 영업이 끝나지만 아들들과 함께 하니 힘든 줄 모른다”며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정도 더 깊어진 것 같아 가족과 함께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부자는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전문가 조언
‘公은 公, 私는 私’ 가족창업 확실하게 선 그어야
가족 간의 창업은 서로를 잘 알고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기 때문에 잘만 운영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가족창업이 더 많은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가족창업은 일반적인 동업보다 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내가 아니면 다른 가족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편한 사이라고 일을 떠넘기거나, 개인적인 약속을 핑계로 ‘한번만 봐 줘’라는 식으로 자기 일을 소홀히 하면 서로의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가족일수록 지킬 건 더 철저히 지켜야 하고,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할 분담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설정하고, 근무시간을 정해 자기가 할 일은 분명히 마무리 짓도록 해야 한다. 또 매출 목표, 기간별 과제 등을 세워 이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이성적으로 판단해 서로 충고하고 고쳐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업종을 고를 때는 가족이 함께함으로써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통 육체적으로 힘들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외식업이 가족 창업에 적합하다. 단, 해당 분야 비전문가인 가족들이 모여 창업하는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있고 장사하기 편한 업종을 택해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가족 창업 유형에 따른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가족 창업은 크게 ‘부부 창업’ ‘부모와 자녀 창업’ ‘형제나 자매 창업’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중 부부 창업은 가장 흔하다. 주로 생계형 창업이 많은 부부 창업은 동네 상권의 작은 점포로 두 사람이 운영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골라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가 창업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모의 자금력과 경험, 자녀의 열정과 적극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관건은 업종 선택이나 운영 방식 등에서 세대차를 극복하는 것이다. 형제나 자매 창업은 공감대 형성이 쉬워 성공적인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자의 역할과 지분 관계 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족 창업의 가장 큰 원동력은 우애와 사랑이다. 가족 간의 사랑과 결속력을 점포를 운영해 나가는 힘과 경쟁력으로 승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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