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의 은퇴를 대비해 전업주부들의 창업이 늘고 있다. 주부 특유의 섬세함은 장점이지만 20∼30년 동안 사회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혜원 씨(52)도 주부로서는 30년차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주상복합건물 지하 2층에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호아센(www.hoasen.co.kr) 공덕점을 개장한 뒤 몇 달 동안은 부진한 매출로 고민이 많았다.
○ 점포 자주 비워 매출 곤두박질
이 씨는 음식점 창업을 염두에 두고 2,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오랫동안 주부로 지내던 친구가 2년 전 창업한 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쌀국수 전문점을 방문한 뒤 마음을 굳혔다. 오리엔탈풍의 식당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본사에서 체계적으로 레시피가 제공돼 조리에 대한 부담도 적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가맹본사에 창업을 문의했고, 본사에서는 인테리어에 대한 조언과 5곳 이상의 상권을 제안했다. 이 씨는 지하철과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에 수천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공덕역 인근 주상복합건물을 선택했다.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2000만 원을 투자해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초기 매출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 대비 수익률도 이 씨가 기대했던 30%는커녕 20%를 밑돌았다. 매장 운영 경험이 전혀 없었던 이 씨는 상점을 열기만 하면 본사에서 제시한 기대 매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쇼핑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일도 잦았다. 그러면서 종업원들은 자주 그만뒀고, 서비스 수준도 낮아 손님들이 외면했다. 이 씨는 “당시는 홀은 매니저에게, 주방은 주방실장에게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전업주부일 때보다 더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월매출은 2000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창업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이 씨는 심각함을 깨달았다. 이 씨는 “4, 5년을 내다본 창업이었는데, 이대로라면 1년도 채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며 “혼자서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별로 아는 게 없다 보니 이마저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 직원과 대화 통해 문제 해결
이 씨는 같은 종류의 매장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친구는 매출이 안정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안정될 때까지 매장에 상주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쌓으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이때부터 매장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본사 직원에게 단계별 개선안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이 씨는 먼저 홀 매니저 및 주방실장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장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자 두 직원도 그동안 안일했던 점을 사과했다. 이 씨는 이들에게 개선 방안을 요청했다. 홀 매니저는 정직원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씨는 직원들을 위해 장기근속 수당과 초과근무 수당을 만들었다.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주 1회는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직원은 돈을 벌어주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사장은 라면을 먹어도 직원은 밥을 먹도록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대로 직원들을 대했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의욕이 생겼고, 직원 5명이 꾸준히 근무하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이 씨는 또 비슷한 음식점에 비해 원가 비중이 높은 점도 개선해야 했다. 첫 번째 과제는 식자재 누수를 줄이는 것. 이 씨는 “점주 입장에서는 식자재를 줄이려고 하고, 주방실장은 식자재가 모자라 당하는 낭패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통해 적정량을 주문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대화가 없어 주방실장 혼자 식자재를 주문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판매량 데이터를 주방실장과 공유해 필요한 만큼 식자재를 구입해 재고 없이 소진할 수 있게 바꿨다. 또 비용 절감액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주방실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식자재 관리에 나서게 됐다.
○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으로 승부
주방과 홀 관리가 제대로 되면서 이 씨는 접객 서비스와 마케팅에 힘쓰기로 했다. 손님이 좋아하는 토핑을 기억했다가 다음에 다시 찾으면 맞춰서 서빙하고, 단골 고객에게는 서비스 메뉴도 제공했다. 이 씨는 “주인이 솔선수범해 단골을 관리하니 신뢰가 높아졌다. 주부 특유의 친절함과 서비스 노하우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높았다”고 말했다.
매장이 지하 2층에 위치해 홍보에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방안도 고안했다. 같은 건물 내 고객을 잡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호텔의 외국인 투숙객을 식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홍보를 부탁했다. 또 주말 공백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하 1층의 마트 쇼핑객들을 상대로 전단지도 돌렸다. 가까운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주말마다 자격증 시험이 치러지는 것에 착안해 시험 날짜에 맞춰 쿠폰이 들어 있는 전단지도 배포했다.
2000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월매출은 다양한 노력 끝에 4000만 원을 회복해 5000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엔 매출이 안정화되면서 여유를 찾고 있다. 오후 3∼6시에는 주변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지인들과 만나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직원들이 워낙 내 일처럼 업무를 수행해주니 가능해진 일”이라며 “운동을 가는 것은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에 직원들이 사장 눈치 보지 않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전문가 조언 ‘지하 2층’ 불리한 조건… 충성고객 적극 관리하고 감성마케팅으로 극복을
이혜원 씨는 30년간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남편의 퇴직을 고려해 창업한 경우다. 초기에는 매장 운영을 등한시해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원하는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이 씨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주방과 매장관리로 이원화되어 있는 매장 운영을 통합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총지배인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 경우 점장 인건비로 300만∼4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재보다 월 매출액을 1000만 원 이상 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도 매출이 많이 향상됐지만 상권 입지 특성을 분석하면 추가적인 매출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 마케팅을 정례화해 지하 2층에 있는 매장의 불리함을 극복해야 한다. 지하매장은 판촉을 중단하면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쿠폰과 함께 ‘바나나’ 같은 과일을 제공하는 ‘감성 마케팅’도 고려해볼 만하다.
충성고객 관리 역시 중요하다. 주고객층인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주말 외식 수요와 저녁 회식을 겨냥한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게 좋다. 충성고객에게는 점심시간에 먹기 어려운 일품요리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월남쌈 등을 30∼50% 할인해주는 쿠폰을 제공하면 저녁과 주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오피스에 위치한 상권이어서 주말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는 있지만 웰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단위 고객에게 어필한다면 주말 매출 증대 가능성이 충분하다. 블로그 및 인터넷 카페를 통한 마케팅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트렌드로 부각되는 ‘웰빙’ ‘월남쌈’ ‘쌀국수’ 등의 키워드로 매장이 검색될 수 있도록 하면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음식의 맛 못지않게 ‘정성스러운 서비스’도 중요한 성공 요소이기 때문에 고객 접객 서비스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씨의 매장은 여성 고객 비중이 높으므로 고객을 배려하는 ‘감성 접객 서비스’를 도입해볼 만하다. 또 인근에 단골 및 고정 고객이 많으므로 문자 마케팅 등을 도입하고 고객관리를 정규적인 정책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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