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 딱 한작품 한다면 이것” 선배 고백에 OK 20대 혼돈과 불안 그린 작품…현재의 나와 닮아
187cm 큰 키 부럽다고? 나의 유일한 콤플렉스! 헤드윅 오디션 ‘롱다리’라 떨어진 아픈 기억있어
인터뷰 장소인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카페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중 키가 훌쩍 큰 청년이 들어왔다. 불과 5분 늦었을 뿐이어서 “괜찮다”는 데도 그는 계속 “늦어서 죄송하다”며 멋쩍어한다.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에 겹치기 출연 중인 신성록(29)은 요즘 30일 첫 공연이 예정된 뮤지컬 ‘틱, 틱 …붐!’ 연습에 참여 중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루 24시간을 밀가루 반죽 펴듯 늘리며 살고 있다.
“욕심이 많다”고 하니 절대 아니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사실 계획한 대로 잘 안 돼서 그래요. 드라마도 진작 끝나야 하는데 5회 연장을 했고, ‘스토리 …’도 끝나면 조금 쉴까 했는데 갑자기 ‘틱, 틱 …붐!’을 하게 된 거죠.”
‘틱, 틱 …붐!’은 가난하지만 작품에 대한 불꽃같은 열정을 지닌 스물아홉 가난한 예술가 존의 이야기를 다룬, ‘렌트’의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다. 존은 남자배우들이 “돈 안 받고도 출연하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욕심을 내는 캐릭터로도 유명하다.
“사실 이 작품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 ‘스토리 …’를 같이 하고 있는 석준이 형이 ‘죽기 전에 딱 한 공연만 하라고 한다면 틱틱붐을 하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덥석 욕심을 낸 거죠.”
이석준은 2005년 ‘틱, 틱 …붐!’에서 존 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극 중 주인공은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혼돈과 불안감을 상징한다. 신성록의 나이도 스물아홉. 뭔가 공감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작품을 많이 한 편이에요. 하지만 아직까지 ‘신성록하면 무엇’하는, 저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워요. 그런 점에서 서른 전에 뭔가 이루고 싶어 했던 존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저도 해소되지 않은 갈증 같은 게 있어요. 군대도 다녀와야 하니 혹여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고.”
인터넷에는 그의 데뷔작이 2003년 SBS 드라마 ‘별을 쏘다’로 나와 있지만 신성록은 2004년 뮤지컬 ‘모스키토’를 데뷔작으로 꼽아 자신의 ‘혈통’을 분명히 했다. ‘별을 쏘다’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견학 수준’이었단다.
“드라마, 영화를 하다 뮤지컬을 할 때면 뭐라 표현하기 힘든 편안함이 있죠. 느낌도 그렇고, 호흡하기가 편해요.”
이런 그에게도 의외의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큰 키. ‘190이다’, ‘185다’ 여러 설이 있지만 그의 정확한 키는 187cm이다. 신인 때 ‘헤드윅’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다. 나중에 연출자로부터 “헤드윅을 하기엔 너무 크지 않니”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작을 한다고 하시는데, 남들 3시간 하고 쉴 때 전 안 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른 전에 되도록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대신 서른 이후에는 한 작품을 해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스물아홉, 신성록의 현재를 보아주시면 됩니다. ‘틱, 틱 …붐!’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