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하는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제작 핑거프린트)는 명작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이다.
유명한 작품을 재구성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말대로 “잘 해야 본전”이다. 특히 원작 속 인물을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드러내야 하는 배우로서는 선택이 폭이 만만치 않다.
‘영웅본색’의 디룽(적룡)과 장궈룽(장국영), 저우룬파(주윤발)는 ‘무적자’에 와서 각각 주진모와 김강우, 송승헌이 맡은 인물로 바뀌었다. ‘무적자’는 탈북해 정착하지 못한 채, 무기밀매조직을 이끌게 된 극중 주진모와 그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경찰이 된 김강우, 그리고 주진모와 우정으로 뭉친 송승헌, 이를 배신하려는 야망의 악당 조한선의 이야기다.
이 같은 기본 틀로 인해 ‘무적자’를 보며 ‘영웅본색’을 떠올리는 관객이 많을 터. 극중 캐릭터가 주는 유사한 정서의 흔적은 배제할 수 없으리라. 김강우는 훨씬 깊어서 더욱 달라진 인물인 만큼 원작의 무게에 눌리는 부담감은 덜했을 법하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김강우는 정색 아닌 정색으로 말했다.
“(원작과)비슷하다 해도 부담을 갖고 연기하는 건 아니다. 모두 창작인 만큼 좀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똑같다. 멋을 부리기보다는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 원작에 기댄 정서는 분명히 부담되었을 듯하다.
“총격신 등 액션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 원작보다 훨씬 강렬한 형제애와 남자들의 가슴 뜨거운 우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와 액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원작보다 드라마가 더 강한 영화다.”
- ‘영웅본색’을 처음 본 건 언제인가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5살 위 형과 함께 봤다. 위로 형과 누나가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의 이야기에 대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의 영향일까. 꽤 진지한 사람 같다.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나.
“그렇지 않다. 물론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또 날 드러내지 않아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저 익숙한 이들과 잘 지낼 뿐이다. 그렇다고 우울하게 살지도 않는다.(웃음) 캐릭터에 관한 관심 여부가 아니라 주어지는 캐릭터나 이야기가 가슴에 다가오면 된다.”
- 흥행 기대도 크겠다.
“흥행 여부는 사회적 분위기나 정서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지금으로선 그런 정서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감을 잘 못잡는다.”
-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정서에 대한 고려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배우로서 일종의 사명감인데, 어느 정도 갖고 가려 한다. 배우는 특별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결코 아니다. 보편적 정서를 대변하는 사람이다. 동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배우는 시대의 거울이라 하지 않나. 배우가 지나치게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좀 그렇지만, 또 너무 회피할 것도 아니다.”
- ‘무적자’는 어떤가.
“탈북자를 다룬 점에서 시대를 반영한 셈이다. 내가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단순히 형제애를 다룬 영화라면 부끄러운 리메이크일 것이지만 타당한 명분을 가져 작품이 되는 거다. 그래서 탈북자들도 직접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6월에 결혼했다. 부인은 영화를 봤나.
“고생 많았겠다고 하더라.”
- 결혼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다르던가.
“정말, 변화가 없다. 덜 게을러진 것 빼고.(웃음) 정말 똑같다. 좋은 가정을 만들어가는 게 지금의 관심사라면 관심사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가정을 일궈갈 것이냐 하는 것.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고 싶다.”
김강우는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연출자를 꿈꿨다. 하지만 “연출자는 큰 책임을 홀로 감당하는 만큼 많이 외로운 존재”라며 “세상을 좀 더 알고 나서” 연출을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그는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을 만큼 몰입의 강도가 남다르다. “예민함의 강도가 떨어지는 게 싫은” 까닭이다. 그는 여행을 통해 이제 ‘무적자’의 인물에서 벗어날 모양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