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제10차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두 나라는 1985년부터 정기적인 본 회의를 통해 적극적인 연구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과학자들은 극지기술 식품안전 생명과학 소재기술 에너지 환경 수학 나노기술 녹색교통 노화질병을 포함한 다양한 최첨단 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열거된 협력 분야의 다양한 리스트는 지난 25년간 한영 연구개발협력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뤄졌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사관 과학기술담당관은 지난달 공동위원회에서의 흥미 있는 일화를 전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과 협력 중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한국 직원은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살아있을 당시 잉글랜드 그랜섬 시 울스토프 매너에 있던 사과나무의 ‘후손’이 대전의 연구원 캠퍼스에 있다면서 그 나무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과학 발전에 커다란 영감을 불어넣은 이 나무의 후손에 대해 한국인이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많은 이가 알고 있듯이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머리에 맞고 ‘왜 사과는 항상 지평과 수직으로 떨어질까? 왜 사물은 대각선으로 낙하하거나 위로 뜨지 않고 지구 중심방향으로만 떨어질까?’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 파고들었다. 우리 눈에는 당연한 현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당연한 현상들에 지금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과학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한다.
필자가 한국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은 한국이 이 당연함을 해석해 노벨과학상을 받는 일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곤 한다. 그들은 현재 진행되는 양국의 과학 협력사업에 대해 필자가 설명해 주면 아주 기뻐했다. 양국 협력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방안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지원을 포함하여 적절한 연구환경 조성, 과학전공 학생을 위한 매력적인 일자리 제공, 국제적인 연구 파트너십을 포함한다.
한국에서 체류 중인 영국 과학자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한국 대학에 있는 영국 과학자들이 10월 대사관에 모여 양국 연구협력에 대해 토론했다. 대부분은 한국생활에 매우 흡족해했으며, 나아가 장기적으로 한국에 체류하기를 희망했다. 그들은 잘 구비된 시설과 실험장비, 성실한 연구원, 연구자금 지원정책, 상업화 연계방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반면에 몇 가지 어려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관료주의, 연구자금 지원의 접근성 부족 등이 이유로 꼽혔다. 또 한국의 직업 인센티브 제도는 좋지만 겉으로 딱히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인 차이로 외국 과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영국은 과학 분야에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최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증기기관 전화 전기전구 텔레비전 페니실린 등 중요 발명품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실적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올해 영국 과학자들은 시험관 아기와 관련한 획기적 불임치료와 한국의 관심 분야이기도 한 그래핀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영국은 세계에서 진행되는 과학연구의 9%를 차지하며 전 세계 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연구논문 인용 건수도 12%가 넘는다.
인터넷을 잠시 검색해 보니 뉴턴의 사과나무는 대전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 경기 남양주 파주시에도 퍼져 있다고 한다. 양국 간 과학외교가 활발히 펼쳐지는 사이 사과나무 외교도 어느새 전국으로 확대되어 성장하고 있었다. 사과나무 외교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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