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세가 되어서 학문에 뜻을 두었고,30세가 되어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으며, 40세가 되어서는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고, 50세가 되어서는 천명을 알았으며, 60세가 되어서는 귀로 들으면 그 뜻을 알았고, 70세가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았다.” 논어 위정 편의 유명한 구절이다.
물질 만능주의와 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2500년 전 사람다움과 배움에 뜻을 두고 이와 같은 고민을 한 공자의 삶을 재조명한 책 《공자 인생강의》가 출간됐다.
이 책은 중국 중앙방송 CCTV의 ‘백가강단’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고전 읽기의 진수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는 저자 바오펑산의 강의내용을 엮은 것이다. 중국인들의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존경받는 공자의 삶을 통해서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성공과 삶의 가치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조상에 관한 이야기부터 출생과 성장,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논어〉 위정편 15세 지우학, 30세 이립, 40세 불혹, 50세 지천명, 60세 이순, 70세 종심소욕불유구 등 6장으로 나누어 시대 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우학(志于學; 학문에 뜻을 두다)
열일곱 살에 고아가 된 소년 공자가 의지할 데 없는 현실을 이기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당시에도 출세의 지름길은 학문을 인정받아 관직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을 여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공자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굴하지 않고 “먹지도 잠자지도 않고 고민해 봤지만 별로 얻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배우고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때에 얻는 것이 더 많았다”며 “출세에 뜻을 두기(志于仕)”보다는 “학문에 뜻을 두었다(志于學)”고 말했다. 그가 학문을 배우고 익힌 목적은 개인의 출세가 아닌,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백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또래들과는 달리, 어렸을 적에도 예악 등의 전통문화 학습에도 상당한 열의를 갖고 있던 공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문가 대접을 받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립(而立; 인생 목표를 수립하다)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던 공자는 서른 살이 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를 감당하며 인생 목표와 향후 계획을 명확히 수립하는 이립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사학을 열어 자신과 비전을 공유하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자 했다. 그는 빈부와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문하생을 받아들였다. 이른바 배움에는 차별이 없다는 유교무류(有敎無類)를 실천한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명확했다.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정도(正道)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물러섬을 알며,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혹(不惑; 흔들림 없는 주관으로 세상을 판단하다)
공자는 제자를 기르며 인생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진 마흔 살을 ‘불혹’이라 지칭했다. 지식의 양보다 명확한 판단력으로 인생에 대한 불안이나 동요가 없고, 자기만의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세상사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혼자만의 자기 수양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하고 배움에는 반드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며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이 참된 배움이라 여겼다.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하다)
공자는 배움을 거듭한 끝에 오십 살에는 인생의 어느 한순간 하늘의 뜻과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지천명’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관직에 얼마 머무르지 못하고 자신이 뜻한 바를 마음껏 펼칠 수 없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비난하거나 때로 그릇된 길을 가길 유혹해도 자신의 주관을 갖고 중심을 지키고자 했다.
이순(耳順;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경청하다)
공자는 육십에 ‘이순’의 경지에 다다랐다. 이는 천하를 유랑하며 온갖 칭찬과 비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주인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천대받는 ‘상갓집 개’라며 모욕을 당해도 굴하지 않았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유구;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
공자는 인생의 끝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최고의 인생이란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 가는 대로 행동해도 어긋남이 없는 것, ‘종심소욕불유구’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이 들수록 탐욕스러워지고 규범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공자가 추구한 이상은 개개인이 모두 이런 경지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강제적인 규범을 동원해 통제하지 않아도 분쟁과 분열이 일어나지 않고, 모두가 화합하며 조화로운 삶을 사는 세상이었다.
공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법, 즉 관인지법(觀人之法)에 대해 많은 말을 남겼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공자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고(視其所以), 그 동기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고(觀其所由), 평소 어떠한 것에 편안해 하는지를 꿰뚫어 보면(察其所安) 어찌 사람이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세 가지를 살피면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거지를 보고(視), 그 연유는 살피며(觀), 평소 마음가짐은 꿰뚫어 보라(察)는 식으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이 재미있다.
행동거지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평소의 철학과 신념, 마음가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의 진정성을 파악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홍보를 잘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대우받는다는 의심도 생긴다. 이런 때 옛 성인의 가르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부록에는 3000여명 공자 제자 중 수제자라고 할만한 77명의 이름, 자, 출신국가, 나이, 입문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