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세월이 치유하기엔 너무나 큰 상처였다. 태양마저 검은 연기 속에서 피같이 타버린 그날. 허리 부러져 서서히 주저앉던 미국 뉴욕 맨해튼 쌍둥이 빌딩과 한순간 먼지 속에서 티끌처럼 날아가 버린 2977명의 목숨. 그 경악할 장면을 미국도, 세계도 생생히 보았다. 그날의 허망함, 비통함과 분노의 감정을 미국인들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날 이후 미국은 변했다. 세계도 달라졌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지금 미국 전역은 ‘9·11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추모식과 사회변화상을 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슬픔과 분노를 이겨내고 희망과 화합의 시대를 열자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이성만으로 가슴속에 새겨진 상처를 지우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 보인다. 미국인들은 지금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변했나(How we've changed).’ 전 세계가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 11일 오전 8시46분 그 시간… 2983명이 호명된다 ▼
미국이 ‘9·11 모드’로 접어들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추모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9·11테러가 남긴 과제를 진단하는 학술행사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당국은 알카에다가 9·11테러 10주년인 9월 11일 전후를 테러 공격 시점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 태세에 들어갔다.
미 전역의 주요 공중시설물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졌다. 미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각 주 정부의 치안당국을 대상으로 테러 가능성과 보안 강화 방안에 대한 상황 브리핑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뉴욕경찰이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경찰을 대거 늘린 데 이어 로스앤젤레스경찰도 환승객들로 붐비는 유니언 역 주변 노점상들에게 앞으로 몇 주간 의심스러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9·11테러 10주년의 대표적인 행사는 11일 오전 8시 46분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리는 추모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가족들이 참석하는 추모식에서는 9·11 희생자 2977명과 1983년 WTC 지하주차장 폭탄테러 사망자 6명을 포함한 2983명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롤콜(roll call)’ 행사가 진행된다. WTC 붕괴 당시 일어났던 여섯 번의 충돌과 폭발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여섯 번의 침묵행사도 이어진다.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첫 번째 항공기가 WTC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 46분에는 인근 지역 교회에서 일제히 추모의 종소리가 울린다.
이에 앞서 8일에는 9·11테러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미국 내 아랍인들의 모습을 풍자한 ‘아랍아메리칸 코미디’가 맨해튼 24번가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10일에는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로 맨해튼에서 시민들이 참여해 서로 손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화합과 연대를 노래할 계획이다.
추모행사는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 전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다. 워싱턴에서는 6일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씨가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강연을 통해 그날을 회고하는 행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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