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다, 그림이다-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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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3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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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가을이면 어김없이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 입구는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해마다 두 차례씩 열리는 간송미술관 소장작품 테마전을 보기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이다. 우리의 옛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두세 시간씩 줄서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한다.

그림은 보고 읽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느낌이란 우리의 마음으로 공감해서 얻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그림에 다가간다는 것은 일종의 교감 해위다.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는 “그림을 볼 때는 혼자만의 느낌에 침잠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이와 느낌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다. 그 ‘다른 이’가 남다른 감식안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다, 그림이다-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92쪽 / 17500원
◇다, 그림이다-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92쪽 / 17500원
미술에 관련된 대중적 글쓰기를 진력해온 손철주 씨와 서양미술사학자 이주은 교수가 동서양의 미술에 대해 편지 형식으로 쓴 에세이 《다, 그림이다》를 펴냈다.

이 책은 그리움, 유혹, 내가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등 ‘인간 삶의 모습들’ 10가지를 두 감식안이 고른 동양화와 서양화를 통해 그것들의 가치 설정과 표현방식을 이야기한다. 또한 옛 그림에서 지혜를 얻고 서구식 교육을 받아온 세대들에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데에 필요한 균형감을 선사한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익히 알려진 명화보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많다. 저자들은 미술사에 많이 언급되는 걸작보다는 인생의 키워드와 자잘한 이야기를 간직한 그림을 골랐다고 한다.

‘유혹’ 편에서 손철주 작가는 중국화가 호미의 ‘앵무희접도’을 통해 “유유상종이 아니라도 나비와 놀고 싶지만, 앵무는 쇠사슬로 묶인 발목을 어찌할 수 없다” 면서, “쇠사슬을 숫제 끊어버리고 싶겠지요. 애절하기 그지 없는 그 심정을 알 듯 하네요. 연이 아닌 상대에 매혹 당한 존재의 슬픔을 말입니다” 라고 말했다. 또한 “유혹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닿을 수 없는, 또는 닿아서는 안 되는 것에 사로잡히는 유혹이라고. 그래서 한 발은 늘 족쇄를 차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이주은 작가는 ‘유혹’에 대해 ‘에덴의 사과이며 바쿠스의 포도주 인 것’이라는 답신을 보낸다. 귀도 레니의 ‘술 마시는 바쿠스’에서 종종 술을 한잔 권하며 인생은 짧은 거라고, 세상 뭐 별거 있냐고, 왜 빈약해빠진 너희의 의지에 삶을 몽땅 거느냐고 위로주 건네는 바쿠스를 찾아낸다.

책은 손철주 작가가 특정 주제에 대해 이주은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선정한 그림과 글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이는 이주은 작가로 대변되는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향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에 이주은 교수는 손철주 작가가 보낸 글과 그림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선정하고 글을 썼다. 이 역시 ‘동양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향한 궁금증이 담겨 있다.

동양의 시선을 의식한 서양의 그림, 서양의 시선을 의식한 동양의 그림을 선정함으로써, 동양의 그림이 서양의 그림과 소통하고, 서양의 그림이 동양의 그림 속에 스며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이라고 한다.

책 서문을 쓴 소설가 김훈은 황룡사 ‘노송도’를 그린 솔거의 일화를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솔거의 그림에 말을 걸 수가 있고 덧칠한 중의 그림에도 말을 걸 수 있다”며, 이 책에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다, 그림이다-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92쪽 / 17500원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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