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음모, 배신, 서스펜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킹메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할리우드의 섹시 가이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은 ‘킹메이커’는 권력의 커튼 뒤를 들추는 작품이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할리우드의 섹시 가이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은 ‘킹메이커’는 권력의 커튼 뒤를 들추는 작품이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카를 마르크스는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 계급갈등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생각은 달랐다. 러셀은 권력의지가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남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는 욕구, 권력의지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앞에 선다고 일갈했다.

‘킹메이커’(내달 19일 개봉)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러셀의 주장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 같다.

잘생기고 언변 뛰어난 주지사 모리스(조지 클루니)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다. 영민한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덕분에 모리스는 경쟁자 풀먼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 경선의 ‘킹메이커’로 각광받는 스티븐은 선거캠프의 매력적인 여자 인턴 몰리(에번 레이철 우드)의 유혹에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그날 밤 몰리에게 모리스의 전화가 걸려온 것을 안 스티븐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한다.

한편 스티븐은 풀먼 캠프의 팀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잠시 흔들린다. 이 사실을 안 모리스 진영의 선거팀장은 스티븐을 해고하려 한다. 직장을 잃게 된 스티븐은 위기 탈출을 위해 술수를 꾸민다.

등장인물은 모두 먹이를 좇아 무한 질주하는 늑대 같다. 권력이라는 먹이 앞에 아군도 적군도 무의미하다. 스티븐은 지위를 유지하고 또 다른 권력을 꿈꾸기 위해 내 편을 협박하고, 풀먼 캠프의 팀장은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계략에 몰두한다. 의리나 고고한 이념은 우선 챙겨야 할 이익을 위한 장신구일 뿐이다. 음모와 배신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설킨다.

‘컨페션’ ‘굿나잇 앤 굿럭’ ‘레더 헤즈’에 이어 조지 클루니의 네 번째 연출작품이다. 권력을 향해 불나방처럼 맹목적인 인간군상의 모습을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촘촘히 그려냈다. 깊은 눈 뒤에 비열한 야심을 감춘 고슬링의 연기가 미끈한 외모와 대조를 이뤄 관객을 끈다.

긴장과 스릴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돋보이지만 단점도 드러난다. 권력 다툼을 담은 영화들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그렇다. 이런 사안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 등에서 수상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이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클린턴이 이 영화를 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을까. “바보들아, 정치건 영화건 문제는 새로움이야.”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킹메이커#조지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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