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한 장마에 마음까지 눅눅한 요즘, 축 처진 감정의 데시벨을 한껏 끌어올릴 게 없을까? ‘스트리트 댄스2: 라틴 배틀’(12일 개봉)이 ‘딱’이다.
줄거리는 몽당연필처럼 한 손에 잡힌다. 댄스 배틀에서 라이벌 그룹 ‘서지’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비보이 애쉬(팔크 헨첼)는 복수할 날을 벼른다. 애쉬는 세계적인 스트리트댄스 대회를 앞두고 친구 에디(조지 샘프슨)와 함께 최고의 팀을 꾸리기 위해 유럽 여행에 나선다. 런던 로마 암스테르담을 돌며 거리의 고수들과 ‘도원결의’를 한 애쉬는 ‘화룡점정’이 될 핵심 멤버로 라틴 댄서 에바(소피아 부텔라)를 고른다. 애쉬와 에바는 라틴 댄스와 힙합을 결합한 새로운 춤으로 결전의 날을 준비한다.
상영시간 1시간 반은 대부분 출연진의 춤으로 채워진다. 애쉬와 에바의 로맨스나 그룹 멤버들 사이의 갈등은 백 댄서처럼 현란한 육체의 향연을 꾸며줄 뿐.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빠른 화면 전환, 군더더기 없는 편집이 춤의 극한을 향해 동반 질주한다. 눈동자의 반응 속도보다 댄서들의 발놀림이 앞서간다. 스피커를 찢을 듯한 음악이 비보이들의 회전속도를 높인다.
영국의 장기경연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우승자로 1편에도 출연했던 조지 샘프슨이 에디 역으로 나와 춤 솜씨를 뽐낸다. 주연 헨첼과 부텔라를 비롯해 출연진 대부분이 댄서 출신이다.
다만 1편과 달리 3차원(3D) 영상으로 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영국 제작사는 3D와 2D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지만 국내 수입사의 사정으로 2D만 수입됐다. 1편에서 발레와 힙합의 하이브리드를 담았던 맥스 기와, 다니아 파스퀴니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생각하지 말고 ‘느껴야’ 하는 작품이다. 극장을 클럽으로 만들어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한다. 클럽을 꿈꾸지만 업소의 ‘물 관리’ 때문에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것 같은 분들, 몸은 한여름 강 버들이지만 마음만은 마이클 잭슨인 분들께 강추.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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