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해는 선거의 해였다. 신년 벽두인 1월 14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6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치러졌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진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에서도 권력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올해 가장 기이한 선거는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였다. 대통령을 두 번 지낸 뒤 자청해 총리로 내려앉았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출신답게 권력욕의 화신. 러시아 국민이 푸틴에게 ‘3기’를 허락한 것은 강한 나라를 세워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2018년까지 임기 6년을 채운 뒤 다시 출마해 당선되면 2024년까지 대통령을 지낼 수도 있다.
올해는 프랑스와 중동지역에서 “바꿔” 열풍이 불었다. 유럽 경제위기로 나라가 흔들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프랑스. 프랑스 국민은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니콜라 사르코지를 끌어내리고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를 택했다. ‘변화는 지금’이라는 그의 슬로건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7년 만에 좌파정권이 탄생한 것.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바람은 올해도 여전했다.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3년간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미국으로 망명한 뒤 치러진 2월 대선에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6월 이집트 대통령 선거는 60년 만에 처음 치러진 자유선거여서 관심을 끌었다. 원리주의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받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집트의 권력지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무르시는 친미 성향의 호스니 무바라크와는 달리 독자 노선을 추구해 미국의 중동정책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7월에는 마약과의 전쟁에 지친 멕시코에서 미남 중도파 정치인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를 대통령으로 뽑아 12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10월에는 베네수엘라에서 반미(反美)의 선봉장으로 불리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11월 미국에서는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했고, 중국에서는 5세대 지도부로 불리는 시진핑(習近平)으로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마지막 12월 일본에서는 자위대 재무장 등 극우 공약을 내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의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낳았고, 한국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유교권 국가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면서 지구촌 선거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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