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마다 공포 영화의 ‘브랜드’가 있다. 한국은 ‘전설의 고향’처럼 한(恨) 많은 귀신이 나오는 원혼 공포물을 즐긴다. 반면 미국은 화면 가득 피가 튀기는 스플래터(Splatter) 영화를 선호한다. 다소 희화화한, 살아 있는 시체 좀비도 자주 등장한다. 유럽은 뱀파이어(흡혈귀)가 나오는 고딕 호러 무비를 선호한다.
24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마마’는 이색적으로 한국 공포 영화와 닮았다. 미국의 한 시골 마을 깊은 숲 속 외딴 오두막에서 나이 어린 자매가 발견된다. 늑대 같기도 하고, 귀신을 닮기도 한 자매는 5년 전 부모의 충격적인 사망 사건 이후 행방불명됐던 여덟 살 빅토리아(메건 카펜티어)와 여섯 살 릴리(이자벨 넬리스).
잠시 연구시설에서 지내던 자매는 삼촌 루카스(니콜라이 코스터월도)의 집에 맡겨진다. 삼촌과 그의 여자친구 애너벨(제시카 채스테인)은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자매의 ‘문명화’에 성공한다. 하지만 자매의 방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마마’라는 말만 내뱉는다.
영화는 이때부터 자매 방의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조금씩 베일을 벗겨간다. 자매를 연구했던 학자는 오두막에 얽힌 과거를 추적해 간다. 가끔씩 자매의 침대 밑과 옷장 속에서 희미한 모습의 그 무엇이 관객을 찾아온다.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영화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미지의 존재를 추적해 가는 스릴러의 재미가 있다. 오두막이 있는 숲 속 풍경 등은 환상적 요소도 있어 관객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킨다. 겨울에 개봉하는 공포영화로서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아역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눈길을 끈다. 거친 록 밴드 멤버로 파격 변신한 제시카 채스테인이 후반부에서 인상적인 모성애 연기로 반전을 선보인다. 채스테인은 ‘제로 다크 서티’로 올해 아카데미 여주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안드레스 무스치에티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가 2008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된 3분 분량의 단편을 100분짜리로 확대했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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