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제로 다크 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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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빈라덴 쫓는 CIA 여자 요원의 맹활약상
다큐같은 긴박한 화면… 잠시도 눈 못떼

‘제로 다크 서티’에서 남성의 세계 속으로 뛰어든 마야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 마야는 캐스린 비글로 감독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사 하늘 제공
‘제로 다크 서티’에서 남성의 세계 속으로 뛰어든 마야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 마야는 캐스린 비글로 감독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사 하늘 제공
‘제로 다크 서티’는 인정사정없는 스릴러다. 157분간 사정없이 관객을 몰아붙인다. 짧지 않은 상영시간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잘 짜인 스토리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탄탄한 편집으로 이야기의 롤러코스터에 오르게 한다. 예비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닐까’라고 착각할 만큼 실제 같다.

9·11테러 이후 빈라덴을 쫓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여자 요원 이야기다. 사내들의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 영화의 배경이다. 헬기가 일으킨 먼지바람이 지겨울 만큼 잦고, 군화 속 발 냄새가 진동하는 파키스탄 미군기지, 서류 뭉치와 담배 냄새에 찌든 CIA 사무실로 카메라는 들어간다.

예상과 달리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2010년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라크전쟁 폭발물 제거반의 실화를 담은 ‘허트 로커’를 비롯해 비글로 감독은 ‘수컷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폭풍 속으로’에서는 두 젊은 남성의 진한 우정을 그려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찾아보니 이 여장부의 키가 182cm라고 나온다.

빈라덴 추적 전담반의 CIA 요원 마야(제시카 채스테인)는 유능하지만 매번 실마리를 찾지 못해 좌절한다. 단서를 발견하고 추적하지만 이것마저도 테러리스트들의 함정.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은 마야는 깊은 좌절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제거 대상 목록에 올라 암살 공격까지 받는다.

영화를 통해 9·11테러 이후 미국이 어떻게 빈라덴을 추적해 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요원들은 중동의 정보원을 매수하기 위해 수억 원대의 스포츠카를 사준다. 최신 전자기기와 최고급 정보로 무장했지만 눈앞의 빈라덴 측근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도 나온다. 잡아온 테러리스트들을 고문하는 미국의 맨얼굴과도 마주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편집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냉철한 CIA 요원으로 훌륭한 연기를 한 제시카 채스테인에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줬어도 별 이견이 없었을 것 같다. 7일 개봉하며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제로 다크 서티#스릴러#미국 중앙정보국#빈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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