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뉴 프레지던십]대통령이 매번 이기려하면 결국 크게 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지금은 ‘박정희式 신념 통치’ 아닌 타협의 시대
與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 ‘공유 리더십’ 갖춰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 전이라도 여야 간 사전 협의를 거치면 (장관을) 사전 임명할 수 있지만 야당이 동의하지 않아 명칭이 바뀌는 부처의 장관은 임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그러자 곧바로 민주당은 “부처 이름이 바뀌는 장관 후보자들이라도 청문회를 통과했다면 임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출범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연일 서로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양 진영 모두 기댈 것은 국민 여론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청와대가 직접 야당과 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국정이 꼬이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한 인사들과 정치학자 20명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다원화되고 국회선진화법으로 다수당의 밀어붙이기도 불가능해진 상황인 만큼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에 걸맞은 ‘프레지던십’(프레지던트+리더십의 합성어)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라의 기본 원칙이 흐트러지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21세기 리더십은 ‘공유(Shared) 리더십’이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팀원들은 모두가 평등한 관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 홀로 리더십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신념의 통치’ 시대를 지나 이제 ‘공유와 타협의 정치’ 시대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이 매번 이기려고 하면 나중에 크게 지게 된다”며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이 국회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의 주장이 옳더라도 되도록 대통령이 뜻을 펴도록 야당이 협조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저렇게 강경한 자세로 나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자신이 한 말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역지사지를 하면 국정 운영의 해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의 진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정치력”이라고 했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참모들이 여야와 많이 대화하고 그 분위기를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동정민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김행#정부조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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