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라자르 선생님’… 담임이 목을 맸다… 후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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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9일 개봉

‘라자르 선생님’은 각박해진 요즘의 사제지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프리비젼 제공
‘라자르 선생님’은 각박해진 요즘의 사제지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프리비젼 제공
우리 전통가치관에 따르면 스승은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내려주는 존재다. ‘군사부일체’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느니 하는 말들이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갈라놓는다. 하지만 교권의 붕괴를 걱정하는 요즘 이런 말이 통할까?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는 이제 너무 멀어져 교감의 온도는 차디차기만 하다.

9일 개봉하는 ‘라자르 선생님’은 스승의 날에 스승과 제자가 함께 볼 만한 영화다. 프랑스어 권인 캐나다 퀘벡의 한 초등학교 교실. 우유 당번인 시몽(에밀리앙 네롱)은 다른 학생들보다 먼저 교실에 갔다가 목을 맨 시체를 발견한다. 같은 반 학생 알리스(소피 넬리스)도 현장을 목격한다. 줄에 목이 걸린 사람은 다름 아닌 담임교사다.

후임 교사를 찾던 교장에게 알제리 출신 중년 남성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가 찾아온다. 자신을 “17년 동안 모국에서 교사로 일했다”고 소개한 라자르는 당장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교장은 그를 새 담임으로 뽑는다.

영화는 이때부터 관객의 예상을 빗나간다. 보통은 라자르가 담임을 잃은 슬픔에 빠진 학생들을 위로하고 지도하는 장면을 예상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라자르 또한 아이들처럼 아픔이 있다. 그는 알제리에서 정치 테러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었다. 캐나다로 와 망명을 신청했지만 절차가 까다롭다. 라자르는 학생들과 서로의 상처를 꺼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치유에 나선다.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았던 학생들도 라자르의 방식에 적응하며 선생님을 잃은 아픔을 달랜다.

영화는 충격적인 도입부를 지나면 별다른 사건 없이 덤덤하게 라자르와 아이들의 공간인 교실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차곡차곡 이들의 대화에 빠져들게 하다가 마지막에 감동을 끌어내는 연출법이 꽤나 흥미롭다. 라자르가 숨기고 있는 또 다른 비밀을 담은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알제리 출신이며 연극 연출가를 지낸 주연배우 펠라그의 연기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다. 눈 덮인 캐나다의 하얀 겨울 풍경을 덤으로 선사한다.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1년 토론토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상을 받은 수작.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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