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비해 타자기 자판은 치는 맛이 있다.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타자기의 경쾌한 소리는 듣는 이의 기분을 ‘업’시키는 효과도 있다. 22일 개봉하는 ‘사랑은 타이핑 중’은 이런 타자기의 ‘맛’을 살린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때는 195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시골처녀 로즈(데보라 프랑수아)는 “동네 총각에게 시집보내겠다”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도시에 일자리를 얻는다. 보험사 사장 루이(로망 뒤리스)의 비서가 된 로즈. 면접에서 세련된 외모의 다른 구직자들을 따돌린 경쟁력은 ‘광속의 독수리 타법’이다. 두 손가락으로 손이 안 보이도록 타자기를 두드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당시는 스피드에 열광하던 시대. 자동차와 비행기가 인기 만점이었다. 여자들은 타이핑 속도를 겨루는 경기에 몰두했다.
스포츠광인 총각 사장님 루이는 로즈에게 “타이핑 경기에 출전하라”며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킨다. 엄격한 훈련을 위해 루이 집에서 합숙이 시작된다. 나날이 빨라지는 로즈의 타이핑 속도만큼이나 둘의 마음은 서로에게로 달려간다.
하지만 연인을 다른 남자에게 뺏긴 아픈 기억이 있는 루이는 사랑에 소심한 남자. 로즈가 지역대회를 거쳐 전국대회를 석권하자 루이는 불안하다. 스타가 된 로즈를 또 빼앗길까 봐…. 우승 뒤 루이에게 사랑을 고백한 로즈는 그의 쌀쌀맞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까칠하고 소심한 남자의 심정은 알다가도 모를 일.
타이핑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솜씨가 놀랍다. 로즈와 루이가 ‘밀당’을 벌이며 쏟아 내는 대사들은 깨알 같은 즐거움을 준다. 타이핑 경기에 출전한 로즈가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벌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스릴이 있다. 선수들의 화려한 의상과 세계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랑스 영화답지 않게 시종일관 유쾌하고 상쾌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주연 여배우 데보라 프랑수아. ‘아밀리에’(2001년)에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던 프랑스 여배우 오드리 토투를 떠올리게 한다. 레지 루앵사르 감독의 데뷔작.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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