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쉐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佛 전통요리를 지켜라” 장 르노의 생존 프로젝트

레드카펫 제공
레드카펫 제공
프랑스인에게 요리는 특별하다. 음식에는 생활이 담겨 있지만 요리에는 예술이 숨쉬고 있다. 프랑스 문화를 대표하는 요리가 소재인 영화 ‘쉐프’(30일 개봉)에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가 어울리는 법. ‘레옹’(1994년)에서 한 손에는 총, 한 손에는 화분을 든 킬러였던 장 르노. 그가 이번엔 요리용 칼을 잡았다. 큰 키에 뚱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그의 모습이 코미디 영화에 꽤나 잘 어울린다.

요리계의 전설인 레스토랑 카르고 라가르드의 주방장 알렉상드르(장 르노). 돈 벌 궁리만 하는 레스토랑 사장은 그의 요리에 대해 “100년은 뒤처진 유산”이라고 폄훼한다. 수십 년간 지켜온 일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 봄 시즌 새로운 메뉴 발표에서 레스토랑 별점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아웃’이다. 알렉상드르는 우연히 자신이 만들었던 ‘숭어와 호박 요리’를 그대로 재현한 자키(미카엘 윤)를 만난다.

자키 또한 인생의 위기에 처한 신세다. ‘요리계의 모차르트’라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지만 번번이 식당에서 쫓겨난다. ‘요리가 너무 전위적이고 철학적’이라는 이유로. 자키는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잡고 동거녀에게 청혼하고 싶어 한다.

알렉상드르와 자키가 의기투합한다. 이들이 상대할 적수는 대세로 떠오른 이른바 ‘분자 요리’. 커다란 오리 한 마리도 작은 캡슐에 담아내는 분자 요리가 아방가르드이고 최신 패션으로 인정받는다. 전통요리를 지키기 위해 알렉상드르와 자키는 분자 요리를 물리칠 묘안을 짠다.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은 두 사람이 일본인 커플로 변장해 분자 요리 전문점에 침입하는 장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각각 남녀로 변장해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마치 여성의 품속에서 헤엄치는 것 같은 맛.’ 레스토랑을 찾은 미식가들이 토해내는 대사들도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에는 눈과 귀를 자극하는 프랑스 요리문화의 다양한 풍경이 잘 담겨 있다. ‘빛나는 모든 것’(2010년)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 다니엘 코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 시간이 85분으로 짧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프랑스 요리#장 르노#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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