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신카이 마코토 감독 ‘언어의 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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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男과 女… 설렘과 불안의 대화

‘언어의 정원’은 일상의 작은 움직임을 세밀히 묘사한 특유의 맛이 있다.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언어의 정원’은 일상의 작은 움직임을 세밀히 묘사한 특유의 맛이 있다.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초속 5센티미터’(2007년) ‘별을 쫓는 아이’(2011년)로 국내에 열혈 마니아들을 둔 일본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 그의 신작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이 14일 관객과 만난다.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숲이 우거진 도심 정원 속 작은 정자. 다카오는 정원에서 제작할 구두를 스케치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다카오의 곁에 오전부터 맥주를 마시는 여성이 나타난다. 직장 여성으로 보이는 유키노는 맥주에 초콜릿 안주를 곁들이는 독특한 여성이다. 다카오는 세상을 등진 것 같은 유키노의 슬픈 눈동자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장마가 시작돼 비가 자주 내리자 둘의 만남이 잦아진다. 걷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유키노를 위해 다카오는 맞춤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나이 차 때문에 두 사람은 선뜻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에 장마가 끝나간다. 비가 그치며 만남도 뜸해진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영화는 그의 전작들처럼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화면과 서정적인 이야기로 팬들을 유혹한다. 공원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호수 표면에 부딪혀 이는 작은 파문까지 감독은 놓치지 않는다. 도심 빌딩 위로 몰려오는 먹구름, 바람에 몸을 흔드는 단풍나무 잎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일상의 작은 순간이 주는 미묘한 떨림을 놓치지 않는 그의 솜씨가 여전하다. 신카이 감독은 그림을 배운 적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한 적도 없이 혼자서 그림을 그려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년)로 데뷔했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주고받는,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대사에는 신카이 감독이 추구하는 서정성이 드러난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의 제목을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에서 따왔다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다. 영화는 지난달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인기를 끌었다.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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